북 “김일성 생일 ‘태양절’ 명칭 사용 말라”

서울-김지은, 한도형 hando@rfa.org
2024.04.15
북 “김일성 생일 ‘태양절’ 명칭 사용 말라” 북한은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일성 주석 생일 112주년 기념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발사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

앵커: 북한 당국이 김일성 주석 생일을 일컫는 ‘태양절’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을 주민들에게 내부적으로 지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은 인류의 태양, 세기의 태양으로 신격화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당에서 김일성을 일컫는 ‘태양’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고 ‘태양절’이란 명칭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전국에 하달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3일 “지금까지 4월 15일은 우리 민족의 가장 경사스러운 ‘태양절’이었다”면서 “그런데 당에서 이제부터 ‘태양절’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지시를 내부적으로 하달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번 지시를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식 발표한게 아니라 단위별, 조직별로 당에서 지침을 내려서 행사준비 방향이나 문구까지 정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생일 4월 15일이 다가오면 우리 민족의 위대한 태양, 인류의 태양의 생일을 ‘태양절’이라 부르며 성대하게 경축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당국은 수십 년간 사용해 온 ‘태양절’이란 문구를 사용하지 말하는 지시를 내린 것입니다. 

 

소식통은 “당에서 ‘태양절’을 ‘4월 15일’로 부르라고 규정했다”면서 “태양절에 진행하던 공연에서도 ‘태양절을 경축하며 준비한 예술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를 ‘4월 15일을 맞으며 준비한 예술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로 소개하라고 지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가장 큰 명절인 ‘태양절’을 ‘4.15’라는 일반 명절로 만든 당국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면서 “우리 인민들이 수 십년에 걸쳐 경축하던 민족의 명절 ‘태양절’을 없애려는 처사에 반발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습니다.

 

태양절을 말하지 말라고 하는데 대해 일부 주민들이 격분하고 있는데 김일성이 좋아서라기보다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커서 이번 조치에 대해 나쁘게 반응하는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어 “일부에서는 수령님(김일성)이 있어서 장군님(김정일)이 있고 장군님 있어서 원수님(김정은)이 있은 게 아니냐”면서 “선대가 없이 원수님이 어떻게 있을 수 있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당에서 태양절이란 말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에 주민들은 요즘 하달되는 당의 지시가 어쩐지 의심스럽다”면서 “이러다가 앞으로 4.15(태양절)와 2.16(광명성절)이 영영 없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4일 “이달 들어 당에서 ‘태양절’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이 14일에 태양절 행사를 한 건 올 해가 처음입니다. 북한 당국은 기상예보에 따라서 비가 오기 때문에 행사를 앞당긴다고 했는데 눈속에서도 하던 국가 행사를 비가 온다고 제 날짜가 아닌 날에 하는것은 그만큼 태양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로 주민들은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제부터 태양절이라는 문구를 없애라는 중앙당의 지시가 도당위원회를 통해 내적으로 하달되었다”면서 “이 지시는 수령님(김일성)을 민족의 태양으로 믿었던 수많은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또 “일부 주민들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생계난에 선대 수령들의 시대를 회상할 때가 많다”면서 “그나마 김일성 시대에는 식량배급도 있었고 무상치료, 무상교육도 실시되었는데 김정은 시대에는 아무것도 바랄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요즘 당에서 온통 하지 말라는 것 뿐”이라면서 “얼마 전에는 선대들의 평생의 소원이고 유훈교시인 ‘조국통일’을 저버리더니 요즘은 민족의 태양으로 칭송하던 수령님(김일성) 생일의 ‘태양절’ 명칭마저 쓰지 못하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태양은 우리 인민의 마음속에 영원하다고 선전하던 당국이 이제 와서 ‘태양절’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하니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올 해 북한에서 '태양절'이 생일 당일인 15일에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서 한 차례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과거 태양절 용어가 빈번히 사용되던 것과 대비됩니다.

 

북한의 태양절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 3주년이 되던 1997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제정됐습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수령님은 존함 그대로 태양이다. 그러므로 수령님께서 탄생하신 4월 15일을 태양절로 명명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이번에 ‘태양절’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앞으로 김정일의 생일을 ‘광명성절’이라고 부르는 것도 금지한다는 내부 지시도 함께 내려왔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뜻하는 ‘태양절’이라는 용어를 한번 사용하긴 했습니다. 이외엔 대체로 태양절 대신 '4월 명절'이나 '4월 봄 명절'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2월 이후 ‘태양절’ 표현 대신 ‘4월 명절’, ‘4월 봄 명절’ 등의 표현을 사용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 통일부의 구병삼 대변인은 15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북한 내부 행사 명칭에 대해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9일에는 ‘태양절’ 표현 외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 통화에서 “현재 북한은 김정은을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어버이’로 승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북한이 ‘태양절’ 등 김일성과 관련된 의미 노출을 의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최 대표는 김정은 총비서가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횟수를 줄여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 ‘태양절’은 좀 점차적으로 멀리해야 되고, 역사를 이야기할 때만 태양절이 강조될 것이고, 지금 현재로서는 김정은을 ‘어버이’로 승격시키는 데 모든 포커스(초점)를 맞추는 것이죠.

 

김 총비서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횟수는 2012년 11회, 2013년 10회를 기록하다가 점진적으로 줄어 2022년, 2023년에는 각각 3회에 그쳤고 올해는 아직까지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지 않았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태양절’이나 ‘광명성절’ 등의 표현 빈도를 줄이는 등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수위를 낮춰 자신의 권위를 높이려는 한다는 지적을 내놓으면서 최근 그가 선대의 통일 유훈을 폐기하며 독자 대남노선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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