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우호조약 63주년에도 조용...전문가 “북중관계 이상징후”
2024.07.11
앵커: 북한과 중국이 과거와 달리 우호조약 체결 63주년을 조용히 맞았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러 조약 이후 북중 관계에 이상징후가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11일 북중 우호조약 체결 63주년을 맞았지만 북한 관영매체, 중국 노동당 기관지는 이날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북한, 중국 매체는 북중 우호조약 체결일에 각각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했는데, 올해는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한국 국회 입법조사처(NARS)의 이승열 입법조사관은 11일 ‘북러 조약, 우리의 대응전략은’ 보고서에서 “북러 조약을 통해 중국을 끌어들이려고 했던 김정은 총비서의 계획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배치된다”며 이는 “오히려 북중관계의 전략적 이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입법조사관은 이어 “대중 의존도가 높은 북한에게는 (북중관계 악화가) 새로운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입법조사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중국으로서는 북러 조약을 맺은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적인 군사 도발을 단행하고 이로 인해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뒤따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입법조사관은 “북한이 중국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은 중국에게 뼈아픈 대목”이라며 “북중 관계가 다소 불편한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승열 국회 입법조사처(NARS) 입법조사관: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을 좀더 가깝게 자신들의 의지대로 끌고 가야 되는데 북한이 중국의 의사보다는 러시아의 의사에 더 종속될 수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제 북중 관계가 좀 불편한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고 봐야죠.
이 입법조사관은 이처럼 북러 조약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배치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과의 외교적 협력이 북한의 무력도발을 사전에 억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 입법조사관은 “우리에게는 한미일 연대 강화, 중국과 외교협력 강화라는 두 가지 카드가 있는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도록 (두 가지 카드 사용에 있어)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도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중관계 결속력이 강했다면 북중 우호조약 체결 63주년 관련 언급이 나왔을 것”이라며 북중관계에 이상기류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반 센터장은 북러 조약 체결 이후 중국이 과거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북러 협력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반 센터장은 최근 중국 당국이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을 귀국시키라고 북한에 요구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중국은 ‘매우 불편하다’는 심정을 보여주며 북한의 돈줄을 막는 것”이라며 이 같은 중국의 조치가 상당히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예전에는 적당히 전략적 모호성으로 관리가 됐는데 그 모호성으로 관리하기에는 중국에게 암묵적인 요구를 자유진영에서 하는 거예요. 중국이 다 외면한 채 러시아와 북한의 편을 드는 게 무리가 될 수 있잖아요. 이제 전략적 선택의 고민이 굉장히 많아지게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9일 EAI 동아시아연구원 ‘북러조약 파헤치기’에서 “더이상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북중 관계에 이상징후가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한미일 협력 강화가 북한, 러시아에 대한 견제를 넘어 중국 견제로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부담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으로서는 하고 싶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북중러로 묶여 진영을 구축하는 것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유럽의 실존적 위협이 되는 행위에 협력을 하고 있으니 중국 입장에서는 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과 러시아가 이만큼 밀착한 모습을 보였으니 중국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