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방어’ 북 대공포군단 경계태세 강화

서울-안창규 xallsl@rfa.org
2024.10.30
‘평양 방어’ 북 대공포군단 경계태세 강화 지난 2015년 김정은 총비서가 군인과 군관(장교)학교 학생 등이 참가한 고사포병 사격경기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한국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했다고 주장하며 ‘위협’을 일삼는 가운데 평양 상공을 지키는 대공포 부대 군인들의 경계태세가 대폭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군에는 고사(대공)포병군단이라는 명칭의 부대가 있습니다. 말그대로 한 개 군단급으로 수도 평양 상공을 지킵니다. 원래 평양고사포사령부라 불렸으나 2022년경 고사포병군단으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평고사령부’, ‘평고사’ 등으로 이전 명칭을 줄여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평양 하늘을 지키는 평고사 군인들이 대폭 강화된 반항공 감시 근무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고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고사에 나가 있는 아들한테서 들은 내용”이라며 “평고사령부 전체가 13일부터 완전 전투동원태세에 돌입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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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김정은 총비서가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무인기(드론)들의 타격시험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총참모부가 한국 무인기가 수도 상공에 또 침범(침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감시 근무를 강화해 적의 무인기가 다시 침범하는 경우 무조건 발견해 격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평소에는 각 중대 별로 고사포1문이 완전 사격 준비를 갖추고 24시간 전투 근무를 서는 직일(당직)포로 지정됐지만 지금은 3문이 직일포 근무를 선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평고사 산하(예하) 각 대대와 중대에 군단과 여단, 대대 지휘부 군관(장교)들이 파견돼 전투준비상태를 검열하고 전투 근무를 철저히 서도록 통제하고 있다”며 “아들의 중대에도 상급부대 간부 2명이 내려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기술 성원들이 각 부대를 돌며 탐지기(레이더)가 제대로 동작(작동)하는지, 고장 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수리도 해준다”며 “8년째 군복무를 하는 아들도 지금처럼 바빠 보긴 처음이라 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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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고사포병군단의 한 부대 주변에 사는 평양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중앙당 청사가 있는 중구역(중구) 상공에 무인기가 들어온 사건과 관련해 평고사령부가 한바탕 두들겨 맞았다(호된 추궁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1일 3, 9, 10일 등 세차례에 걸쳐 무인기가 침투했다며 관련 내용을 주장했고 12일 관영 매체들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소식통은 “한국 무인기가 중구역 상공을 비행했다면 평양 하늘을 지키는 평고사가 자기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된다”며 “지금 평고사 간부들이 사색이 되어 관할 부대에 내려가 전투동원태세를 검열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각 부대에 쏘련제 반항공 탐지기가 있지만 너무 낡아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다”며 “그래서 중대 대대 별로 주변 상공을 눈으로 살피는 반항공 감시 조치가 취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평고사 군인들이 2~3일에 한번씩 완전무장을 한 채로 24시간 전투 직일(당직)을 서고 또 매일 주야간 2시간씩 교대제로 담당 상공에 대한 반항공 감시 근무도 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한창 동계 훈련 준비를 해야하는 군인들이 잠도 제대로 못자고 전투 근무를 서느라 여념이 없는데 이러다 올해는 겨울 땔나무도 준비하지 못하고 동계훈련에 진입하는 게 아닌지 말단 부대 지휘관들이 걱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낮에 하늘을 육안으로 감시하는 건 의미가 있지만 밤에는 사실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육안으로 반항공감시를 하라고 하는 건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비현실적인 명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평고사 군인들이 1년중 그나마 마음 편하고 좋은 계절을 10월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눈코 뜰새 없이 들볶이고 있다”며 “제대로 먹지 못하는 데다 잠까지 충분히 못 자 눈에 정기가 없이 다니는 여성군인들이 참 불쌍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군 대부분의 고사포부대, 해안포부대는 여성군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고사포병군단도 여성 군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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