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 “북 무인기, 카메라 장착 가능성...용산 촬영은 제한”

앵커: 한국 군은 지난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카메라를 장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 일대를 촬영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6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한 달 동안 실시한 북한 무인기 관련 전비태세검열 중간 결과를 국방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한국 군은 북한 무인기가 과거처럼 상용 카메라를 장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사전 입력된 정보에 따라 비행하면서 영상 촬영을 했을 것으로 보이며, 촬영 방법은 수직 직하방 촬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또 한국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지역을 촬영하기엔 카메라 성능 등이 제한적이었을 것이란 진단도 내놓았습니다.

주일석 한국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장: 이번에 침투한 북한 무인기는 과거에 발견된 무인기 대비 성능은 향상된 것으로 추정되나, 항적과 카메라 성능을 고려할 때 용산 지역 촬영은 제한됐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과 2017년 등 한국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들은 일본제 상용 카메라를 장착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한국 군의 이 같은 분석은 국가정보원이 지난 5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무인기가 대통령실 등 용산 지역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한 것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윤건영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지난 5일): 앞서 보고된 대로 5대가 맞다고 했고, 용산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 우려를 표명하면서 그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한국 군은 무인기 침범 의도와 관련해선 “군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한편 사회 혼란을 조성하고, 아군 사격에 의한 민간 피해와 우군기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는 노림수가 내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무인기의 구체적인 제원에 대해서는 성능이 일부 개선됐을 것으로 보면서도 “과거 발견된 무인기들과 크기 및 형상이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기체 앞부분의 엔진과 프로펠러, 꼬리날개, 주날개가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 등이 비슷하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군사령부는 이날 북한 무인기의 한국 영공 침투와 그에 맞대응해 한국 측이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군사작전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이날 “유엔사 특별조사반은 다수의 북한 군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행위가 북한 군 측의 정전협정 위반임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측 군사작전에 대해선, 북한 무인기에 직접 대응한 작전은 정전협정에 부합하지만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낸 것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엔사는 “한국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에 대한 한국 군의 무력화 시도는 정전교전규칙에 따른 것이며 정전협정과도 부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도 “한국 군 무인기가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북측 영공에 진입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이어 “긴장을 미연에 방지해 우발적 혹은 고의적 사건의 발생 위험을 완화하고 한반도에서 적대행위 중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정전협정 규정 준수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 측과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입장을 내고 한국 측 군사작전도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와 관련해 “유엔사가 본연의 임무인 정전협정 관리 측면에서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어 “한국 군이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무인기를 운용한 것은 북한의 무인기 침범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조치로, 정전협정에 의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무인기가 불법적으로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해 명백한 도발 행위로 규탄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