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모 인태 집결] ② ‘쾅’ 캐터펄트 충격 ‘아찔’
2023.11.15
[현장음] 항공모함에서 들리는 소음.
지난 6일 필리핀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취재를 마치고 귀환하기위해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에서 탑승한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
취재진이 수송기 후미에 위치한 탑승구에 오르자 바닥에서 올라오는 수증기가 자욱했습니다.
미7함대 소속 C-2 조종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내부 에어컨 시스템 때문에 이같은 수증기가 발생하는데 보통 낮은 고도에서 외부의 온도가 항공기 내부 보다 더 뜨거울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송기에는 이번 취재를 위해 탑승한 6명의 취재진 이외에도 휴가를 떠나는 선원들,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선원들 등 10여명이 탑승했습니다.
안전벨트를 매자 수송기는 곧 이륙준비에 나섰습니다.
[현장음] 출발하는 소리
승선 이후 이륙까지 10분 이상 움직이지 않다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취재기자의 몸이 앞 좌석 쪽으로 쏠렸다 순식간에 뒤쪽으로 던져졌습니다.
옆 자리에 앉았던 촬영기자는 당시 취재 기자의 모습을 담으려다 충격에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쳤고, 이내 휴대전화는 내팽개쳐졌습니다.
[현장음] 휴대전화 떨어지는 소리
빠듯한 일정과 시차적응으로 사전 안전교육 내용을 잊어버린 기자는 ‘혹시 수송기가 이륙하다 추락한 것 아닐까’라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앞서 지난 2017년 기자가 탑승한 로널드 레이건 항모의 C-2 수송기가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태평양 해상에서 훈련 중 추락해 3명의 군인이 실종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사고는 아니었고, 기자를 당황케 한 이 움직임은 다름 아닌 ‘투석기’를 뜻하는 이륙장치 ‘캐터펄트(Catapult)’때문이었습니다.
이륙 준비까지 10분 이상 걸린 것도 이 캐터펄트를 바퀴에 채우기 위해서였습니다.
항모는 전체 길이가 330m가 넘지만 실제로 활주를 위해 사용되는 활주로는 76m로 극히 제한적인데요.
이 제한된 공간에서 함재기가 이륙하기 위해선 수직 이착륙 기능이 탑재됐거나 항모 갑판에서 함재기를 날려 보내는이륙 보조장치가 필요합니다.
캐터펄트를 전투기 또는 수송기 바퀴에 채우고 발사하게 되면 원자로에서 나오는 고압 증기로 인해 짧은 활주로에서 항모 갑판 밖으로 거의 내던져지듯 속도가 붙게됩니다.
순간 속도는 시속 250km로 급가속되는 데, 조종사들은 물론 탑승객들에게 그대로 충격이 전달된 겁니다.
C-2 수송기는 일반 항공기와 좌석 방향이 정반대인데, 이 급가속이 이유란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가속때문에 탑승객의 목과 허리에 오는 충격을 완화해주기 위해서입니다.
함재기 조종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캐터펄트 충격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은 앞으로도 흔치 않을 듯합니다.
미 해군은 운용 약 30년이 지난 C-2A 그레이하운드를 2024년에 퇴역시킬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레이하운드를 대체할 기체로는 수직이착륙 수송기 CMV-22B 오스프리로 정해졌는데, 취재진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미 공군기지에서 칼 빈슨 항공모함으로 이동할 당시 2시간 가량 오스프리를 탈 수 있었습니다.
[조종사] 2시간 가량 걸릴 예정입니다. 탑승을 환영합니다.
오스프리는 날개 끝에 달린 2개의 엔진이 방향을 전환해 헬리콥터 모드와 고정익 모드가 가능한 ‘틸트로터’기로 헬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합니다.
전통적인 헬리콥터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최대 속도 500km/h 항속거리가3,590km로 길다는 장점 때문에 향후 항공모함 수송기로 채택됐습니다.
C-2 수송기와 마찬가지로 탑승구는 기체 후미에 위치해 있었고, 일반 여객기 좌석이 마련돼 있는 C-2 수송기와 비교해 오스프리 좌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군용기처럼 좌우에서 중앙을 바라보도록 설계됐습니다.
사전 안전교육에서 가방, 카메라 등 소지품을 바닥에 놓지 말고 무릎 위에 올려놓으라는 주의를 받았는데, 이륙하니 그 이유도 알게 됐습니다.
안전요원: 배낭을 메고 계신 분들은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항상 잡고 계시면 됩니다. 우리는 그것이 날아다니거나 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좌석 밑에 아무것도 놓지 말고, 발밑도 비워주세요.
후미에 위치한 탑승구가 열린 채 비행을 했고, 비행 중 움직임도 잦아 바닥에 소지품을 내려놓는다면 멀리 날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칼 빈슨 항모와 함께 인도태평양에서 훈련 중인 로널드 레이건 항모로 이동할 때에는 짧은 거리에서인지 시호크 (MH-60)에 탑승했습니다.
취재 기간 중 군용기를 타고 이동한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수호하고 있는 미 해군들이 겪는 고통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보다 헬멧 착용과 귀통증이었습니다.
소음과 이물질 방지를 위해 고글이 탑재된 헬멧을 착용했는데 머리를 조여 상당히 갑갑했고, 군용기 내부엔 여압장치가 없다 보니 헬멧을 썼지만 일부 구간에서 고막이 찢어질 듯한 통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