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권, 문 전 대통령 회고록에 “몽상가” VS “색깔론”
2024.05.20
앵커: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이 최근 회고록을 출간했는데요. 이를 두고 한국 정치권은 몽상가 같은 내용이다, 한국 여당이 색깔론을 펼치고 있다는 등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이 17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공개했습니다. 퇴임 후 처음으로 발표된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을 둘러싸고, 한국 정치권에서는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자(5선)는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핵개발을 합리화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궤변을 아직도 두둔하고 있다”며 “여전히 김정은 수석대변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지난 정권 때 한반도의 운명이 남북 양측의 문제적 지도자들의 손에서 얼마나 위태롭게 줄타기했는지 알 수 있다”며 “몽상가 같은 유체이탈식 화법”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문 전 대통령이) “몽상가처럼 김정은 말만 믿었다”고 밝혔고 “미국의 부족한 아량 탓에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었다는 주장에는 누가 우리 동맹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20일 서면 브리핑에서 한국의 여당이 “색깔론 공세로 눈속임한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앞으로 정권들이 깊이 참고해야 할 것이라며 윤석열 한국 정부의 외교 안보 역량 부족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없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 것은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은 17일 공개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했으며 상응조치가 있다면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매우 솔직”했으며 “아주 예의 발랐다”고 밝혔고 “대화할 만하고 말이 통한다고 느껴지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김 총비서가 핵은 철저하게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사용할 생각이 없고 체제 안전만 보장된다면 핵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문 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이 성과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조건이 맞으면 거래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주변 참모들이 북미 정상회담에 제동을 걸고 하노이 회담을 무산시켰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밖에 문 전 대통령은 책을 통해 북한을 향한 몇 가지 당부도 전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현재 김정은 총비서가 보여주는 모습은 “매우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김 총비서 말대로 “남북을 두 적대국가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웃인 이상 평화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대화가 실패로 끝나며 북한이 느꼈을 실망을 이해하지만,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구축해나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인식하고 좀 더 인내심 있는 외교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2020년 6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깡패국가 같은 면모를 보인 것”이라며 “비정상적 광기를 보이는 행동은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20일 서울에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관련해 “북한의 능력을 무시한 채 의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세를 오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북한의 선의에 국민 생명과 국가 안보를 맡긴다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 북한 정권의 의도와 북한 정권의 군사적인 능력을 우리가 명확하게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북한의 의도를 전적으로 믿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대단히 부정적인 안보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죠.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