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록영화로 주민 충성심 주입 효과 있을까

워싱턴-김지수 kimjis@rfa.org
2024.09.17
북, 기록영화로 주민 충성심 주입 효과 있을까 지난 2016년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토론하는 김기남.
/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기록영화 방영을 통해 북한 주민들과 간부들에게 당국에 대한 충성심을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김기남 전 노동당 비서 등 생전 김씨 일가에 충성을 바친 당원들의 일생을 그린 내용입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북한은 지난 6일 새로운 기록 영화 빛나는 삶의 품 제33부 영원히 붉은 당기와 함께를 공개했습니다.

 

이 영화는 고인이 된 김기남 전 노동당 비서, 최태복 전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경옥 전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생전 북한 당국에 충성을 바친 당 원로들의 일생을 1시간 20여분에 걸쳐 담았습니다.

 

북한의 괴벨스로 불리며 김씨 일가 우상화에 앞장섰던 김기남 전 노동당 비서에 대해서는 ‘권위 있는 이론가, 저명한 정치 활동가로 표현하며, 김정은의 친필 축하 편지를 비롯해 3대에 걸쳐 김씨 가문의 애정과 신임을 받았다는 것을 자료화면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또 김경옥 전 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 대해서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유일적 영군 체계가 확고히 선 일심일체의 대오로 다져나가는 데 불같이 헌신해 온 노전사”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영화를 공개한 6일부터 12일까지 매일 이 기록 영화를 방영했습니다.

 

사망한 당원들의 활동을 되새기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당국에 대한 충성을 불어넣으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 위원장의 비자금을 포함한 통치자금 관리와 외화벌이를 관장하는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를 역임한 리정호 KPDC(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충신의 내용을 담은 영화 공개는 현재 북한에 충신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 대표] 이것을 강조하는 거는 김정은 주변에 그런 고지식한 충신이 없다는 걸 의미한단 말이에요. 그만큼 김정은이 내가 볼 때는 외롭다는 걸 의미해. 충신이 없으니까 너희들도 이렇게 충신으로서 살아야 된다는 그런 메시지를 주는 거고, 그 사람들을 귀감으로 내세워서 간부들에게 주는 메시지고 동시에 당원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되겠지.

 

리 대표는 그러면서 북한의 의도와 달리 선전 효과는 없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리 대표] 이걸 보고 와닿을 만한 사람이 없을 거예요 아마. (간부들의) 목을 뗐다 붙였다 하고 죽였다 살렸다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어. 보통 당원들이라면 그걸 보면서 어떻게 와닿겠어요.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수경씨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주민들이 이 기록 영화를 보면 충분히 반감이 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수경씨] 그 사람들은 정말 일평생 공산당을 위해서 저 집 3대를 위해서 그리고 오늘날 북한이 있게 한 지대한 공을 세운 그런 사람이잖아요. 근데 그 사람을 또 이렇게 부각시키고 자기 나름으로는 내가 죽을 때까지 죽어서도 이렇게 충성해라 이런 의미였을 테지만 인민들이 볼 때는 오히려 마이 마이너스겠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충성심이 하루 아침에 당장 생기는 건 절대로 아니니까요.

 

수경씨는 특히 “북한의 젊은 세대는 이 기록 영화에 관심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수경씨] 제가 30년 전에 바깥 세계를 아무것도 모를 때 김일성의 죽음에 대해서 그냥 옆집 할아버지 돌아가셨네 이 정도로 인지하던 저였는데요. 하물며 MZ세대를 지나서 지금 거기 북한에 있는 아이들은 바깥 세계 다 안다잖아요. 한국 노래 듣고 미국 영화 보고 이런 아이들이 아니 저기 죽은 김기남이 돌아와서 다시 테레비에 나와서 뭐라 한다 해서 그게 무슨 뭐 간지럽긴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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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은 영화, 드라마를 비롯한 영상물을 통해 주민들을 꾸준히 선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한국으로 오물풍선을 자주 날려 보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에는 대북전단 제작소 폭파 장면을 담은 6·25 전쟁 영화를 재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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