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일규 “김정은, 쿠데타 우려해 ‘당 우선주의’ 채택”
2024.09.27
앵커: 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민심 이반에 따른 쿠데타 가능성 때문에 이른바 ‘당 우선주의’를 채택한 것이란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7일 서울에서 개최한 ‘김정은 실정 평가와 북한 체제 변화 전망’ 토론회.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발표자로 나서 북한 내 민심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 완전히 등을 돌린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주민들 뿐 아니라 측근을 비롯한 엘리트 계층도 이어지는 경질과 좌천 등으로 인해 그 불만이 정점에 달했다는 것입니다.
리 전 참사는 그러면서 김 총비서가 이른바 ‘당 우선주의’를 채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쿠데타에 대한 우려였다고 전했습니다.
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군대에 의한 쿠데타 위험으로부터 체제를 지켜내려면 사회에 대한 장악과 통제, 감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겠다고 판단해서 김정은이 선택한 방식이 바로 당 우선주의 정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쿠데타’란 지배층 내 특정 세력이 무력으로 정권을 전복해 통치권을 장악하려고 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리 전 참사는 김 총비서가 당에 의한 통제 체계를 시급히 구축하지 않으면 군을 장악할 수 없고, 쿠데타 등 체제 붕괴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한국 정부에는 김 총비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리 전 참사는 김 총비서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등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이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김정은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등 정말 끊임없는 불법·비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데 이에 심각한 압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소가 목적이라기보다는 큰 부담을 줌으로써 이런 불법 행위를 마음 먹은 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과 관련해선 아직 때가 이르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리 전 참사는 자신도 북한 정권의 붕괴를 바라는 입장이며 최종 목표로 삼을 수는 있지만 당장 현실성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 이전에 체제 변화를 먼저 이끌어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압박과 북한 내 외부정보 유입, 한미동맹 강화와 역내 국가들에 대한 끊임없는 설득, 통일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주도권 획득,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는 것 등을 다섯 가지 방안으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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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의 내구성이 유지되고 있어 조기 붕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한국 내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김정은 정권 10여년간 “국가통치체제의 변화, 국가방위 핵심인 핵개발 등의 목표를 상당 부분 성취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김정은 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 사례나 양상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승현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미중 전략경쟁이나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에서 최대 수혜자는 김정은 정권이라며, 북한이 당분간 ‘버티기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