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권도에서도 ‘통일’ 지우기…태권도인들 반발

워싱턴-박재우 parkja@rfa.org
2024.11.13
북한 태권도에서도 ‘통일’ 지우기…태권도인들 반발 2012년 4월 12일 평양의 한 태권도장에 한 태권도 학생이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

앵커북한 주도로 발전해 온 국제태권도 연맹(ITF)이 기존의 품새 자세 통일의 이름을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태권도인들은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세한 내용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태권도연맹(ITF)은 북한 주도로 발전해 온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단체로,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는 다른 단체입니다.

 

최근 ITF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통일 지우기’ 작업의 일환으로 기존의 ‘통일’ 품새 자세를 다른 명칭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3일 ITF 홍보대사 마이클 코맥 씨로부터 지난달 16일 ITF유럽 본부가 산하 도장에 발송한 공문 사본을 입수했습니다.

 

공문에 따르면 ITF는 지난 8월 평양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품새 통일의 이름을 최홍희 초대 총재의 필명 창훈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2025년 10월 이탈리아 예솔로에서 열리는 ITF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이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ITF는 변경 이유에 대해 최 총재 가족들이 제안한 것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기술에만 치중하고, 최 총재의 정신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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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아시아방송이 획득한 북한 주도 국제태권도연맹(ITF)의 공문. /마이클 코맥 ITF 홍보대사 제공

 

그러나 이는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통일 지우기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2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헌법에서 ‘통일’ ‘민족’ 등의 용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 기구 폐지,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철거 후 평양의 지하철역 ‘통일역’도 '모란봉역'으로 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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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총재와 함께 북한에서 태권도를 가르쳤던 ITF홍보대사 마이클 코맥 씨는 RFA와 통화에서 ITF의 통일 품새 명칭 변경 사유가 터무니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코맥 씨]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통일 품새는 5단과 6단이 되어야 배울 수 있는 고급 품새입니다. 그리고 ITF구성원이라면 최홍희 총재가 누군지 다 알고 있습니다. 최 전 총재의 가족이 원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100% 거짓말입니다.

 

그는 이어 최 총재의 아내로 캐나다에 거주 중인 한춘희 씨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한 씨의 여동생이 북한에 살고 있지만, 그들은 태권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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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철거된 평양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AFP

 

윌리엄 하워드 ITF 기술 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북한 ITF는 다시 한번 태권도를 창시자인 최홍희 장군의 유산을 왜곡하려 한다라며 최 장군이 태권도를 창시한 이유 중 하나는 통일을 위해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통일 품새의 이름을 빼앗아 그들의 이념을 반영하도록 왜곡하려 하고 있다라며 최 장군의 열정이 북한 ITF에 빼앗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최홍희 전 총재가 사망한 이후 ITF는 세 개의 분파로 나뉘었으며, 북한 주도의 비엔나 주재 ITF가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코맥 홍보대사와 하워드 기술위원장은 북한이 주도하지 않는 다른 분파에서 활동 중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주도의 ITF 내부 관계자도 사실을 확인해줬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RFA는 전자우편을 통해 북한 주도 ITF에 공식입장을 요청했으나13일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태권도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신청서를 단독으로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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