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들 대상 사상교육·통제 강화
2024.10.21
앵커: 북한 당국이 최근 간부들을 대상으로 수령에 대한 충성과 절대 복종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간부들에 대한 새로운 통제조치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0월 10일 김정은 총비서는 노동당 창당 79돌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간부들이 당의 존엄과 권위를 백방으로 옹위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며 ‘혁명의 지휘 성원’인 간부들의 절대적 충성과 복종을 강조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행정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노동당이 요즘 간부들에 대한 통제를 그 어느때보다 강화하고 있다”며 “간부를 닦달질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9월초 중앙이 간부들을 대상으로 생활총화와 학습 강연회, 영화문헌(지도자의 행보를 수록한 기록영화 시청) 등 각종 모임과 행사에 빠짐없이 참가할 데 대해 강조했다”며 “이유와 구실을 대지 말고 100% 참가하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선 누구든 매주 조직별로 진행되는 학습회와 강연회, 영화문헌, 말씀침투, 생활총화 등 다양한 행사와 정치적 모임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합니다.
또 모임과 행사는 일반 당원 근로자와 간부로 구분돼 따로 진행되며 날짜는 일반 당원 근로자의 경우 지역과 공장에 따라 정해지며 간부는 토요일에 진행합니다.
하지만 “일부 간부들이 이런 저런 구실로 모임과 행사에 빠지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제는 출장을 가거나 아래 단위에 지도를 나가도 그 지역 당 조직에서 진행되는 모임에 무조건 참석해야 하며 참석했다는 확인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에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며 “고난의 행군(90년대 경제난)이 시작되면서 다 흐지부지되었는데 당국이 간부 통제를 위해 다시 되살리려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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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 경원군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최근 간부들에 대한 당국의 통제가 날로 치밀해지고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이 매주 진행되는 토요 행사에 100% 참가하라는 것”이라며 “고난의 행군 이후 느슨해졌던 정규 행사 참가 질서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9월 중순 당국이 매주 토요일 군당위원회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학습회, 경연회, 영화문헌 시청 때 매 간부들이 앉는 자리를 고정해 주었다”며 “누가 모임에 빠졌는지를 쉽게 파악해 통제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치가 있기 전에는 일부 간부들이 출석을 부른 다음 도중에 몰래 빠져도 눈에 잘 띄우지 않았다”며 “이제는 매 간부의 좌석이 고정돼 있어 누가 모임에 참가하지 않았는지, 누가 도중에 빠졌는지 눈에 확 띤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조직생활, 사상생활, 당결정 관철, 사업 작풍(사람을 대하는 품행), 개인 처신 등 별의별 조건을 내 걸고 간부들을 닦달질하고 있다”며 “날로 강화되는 당국의 등쌀에 못 해먹겠다고 하소연하는 간부들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2022년 7월 김정은의 주재 하에 각급 당 조직부 당생활지도간부 특별강습회의를 개최했고 이달 초에는 제1차 전국간부사업부문일꾼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두 회의 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회의였습니다.
당생활지도부는 간부와 당원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암행어사 역할을 하는 부서이고 간부부는 간부를 선발하고 임명하는 부서로 두 곳 모두 간부를 통제하는 노동당 핵심 부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회의를 연거푸 하며 간부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데 대해 소식통은 경제회복과 주민생활 향상 등 모든 게 제대로 안되니 조급해진 것 같다며 “문제는 간부가 아니라 당국의 정책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