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윤 “김여정, 남한 표현의 자유 파괴한 장본인”

워싱턴-박재우 parkja@rfa.org
2023.09.26
[인터뷰] 이성윤 “김여정, 남한 표현의 자유 파괴한 장본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앵커: 김여정에 관한 책 ‘더 시스터(The Sister)’를 펴낸 이성윤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김여정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고 말하면서, 대북전단 금지법 통과에 영향을 미쳐 남한에서 표현의 자유를 파괴한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원과 대담에 박재우 기자입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26일 북한으로의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조항,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제한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의 통과 배경에는 ‘김여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0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이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를 비판하는 담화를 내놓는 등 남북관계가 악화하자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김여정과 관련한 책 ‘더 시스터’의 저자 이성윤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여정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도 하지 못했던 한국의 표현의 자유를 파괴시킨 장본인”이라면서도 “표현, 정보의 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 일답입니다.

 

이성윤.png
김여정에 관한 책 ‘더 시스터’를 펴낸 이성윤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의 모습.  /RFA PHOTO

 

[기자] 이번에 교수님께서 쓴 책 더 시스터(The Sister)가 되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처음에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쓰셨는지 설명해주시자면요?

 

[이성윤 연구원] 저는 김여정이란 인물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이 김정일이 2011 12 17일 사망했을 때였습니다. 장례식 마지막 날이었을 겁니다. 김정은, 리설주 바로 뒤에 검은 상복을 입고 우는 젊은 여성이 보였는데 전혀 카메라를 의식을 안 하더라고요. 많은 북한 주민들은 ‘누군가 날 보고 있다’, ‘카메라가 지금 나를 찍고 있다’라고 의식을 하고 살고 있는데 전혀 그러지 않더라고요. 김여정은 그냥 비참하게 흐느끼고 있었어요. 며칠 동안 식사도 안 한 것 같이 볼이 쏙 들어간 젊은 여성이 바로 김정은 뒤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김여정은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국제 무대에 데뷔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김여정의 모습은 굉장히 도도했습니다. 당시 2 3일 동안 체류하면서 별로 한 것도 없었습니다. 행사에 나타나 악수하고 미소 짓고 식사도 했지만, 성명문이나 기자회견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평양에서 이런 공주마마가 납셨다’는 팩트 하나 가지고 그리고 오빠인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겠다’, ‘예방을 해 주십시오’라는 초청장을 들고 온 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좀 고무가 됐어요. 기뻐하셨죠.

 

[기자] 그때 처음 김여정에 대해 관심이 생기셨군요.

 

[이성윤 연구원] 이런 젊고 날씬하고 예쁜 여자가 권력을 쥐고 있었던 적은 북한 역사상 없었습니다. 김여정은 2020년부터 본인 이름으로 성명문을 40개 이상 지금 발표했습니다. 핵 선제 공격 위협도 하고요. 여러 번 그랬습니다. 이러한 위협을 하는 북한 여성 인물은 여지껏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또 평화 공세를 펼칠 때도 비교적 예쁘고 젊은 김여정이 ‘우리 만납시다’, ‘백악관에 오겠다’라고 하면 그때 가서 ‘우리는 관심 없어요’라고 말하기가 정치적으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북한은 평화를 같이 만들어 나가자고 미국과 한국에 제안을 하는데 관심이 없다고 하면 오히려 우리가 평화에 관심이 없는 그런 국가로 비춰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많은 사람들이 젊은 여성을 좀 과소평가하는 ‘남성 우월주의’ 습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김여정이 웃으면서 미국 대통령하고 악수도 하고, 비핵화 평화 수교 등 이런 문제를 가지고 논의를 하자고 하면 젊은 여성이니까 더 믿고 싶고, 과거에 내뱉은 독설 같은 거는 그냥 용서가 되고 잊혀지고, 혹시 내가 가르치고 유도하고 좀 컨트롤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착각도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요. 그래서 저는 절대로 김여정이 과소평가하면 안 되고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 인식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책을 작성했습니다.

 

개성연락사무소.jpeg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영상. 영상에는 폭발음과 함께 연락사무소가 회색 먼지 속에 자취를 감추고 바로 옆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전면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난 모습이 담겼다. /연합뉴스

 

[기자] 책에서 김여정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자면요?

 

[이성윤 연구원] 김여정이 최초로 본인 이름으로 성명문을 발표한 게 2020 3 3일이었습니다. 성명문이 좀 비아냥거리는 톤이 있어요. 상대방을 대놓고 욕하는 욕한 적도 많고요. 문재인 전 대한민국 대통령은 무슨 ‘겁먹은 개’, ‘미국산 앵무새’ 등 그렇게 심한 말로 비판을 하고 현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도 ‘바보 천치’ 등 또 바이든 대통령도 욕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도 내가 실권이 있다. 이 메시지를 여러 번 강조를 해요. 특히 2020 6 13일 성명문을 보시면요. 오빠인 지도자 동지와 당과 국가에게 위임받은 내 권력으로서 우리 군을 휴전선 근방에 배치를 할 예정이다. 이렇게 협박을 했습니다. 그러고 같은 성명문에 대한민국 국세로 만들고 짓고 유지되는 개성에 있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이 건물이 없어지는 모습을 볼 것이라고 말하고 불과 3일 후에 폭파시키지 않았습니까? 또 같은 달 성명문을 발표했습니다. 탈북자들 또 인권운동가들을 소위 ‘인간 쓰레기’라고 욕하면서 대북 전단지 등 모든 것을 북한 국경을 넘어서 북쪽으로 보내는 것을 금지시켜라 이랬더니 놀랍게도 불과 4시간 후에 통일부 대변인이 갑자기 계획에 없던 브리핑을 하면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1시간 후에 국방부도 대북 전단은 백해무익이다고 발표하고, 청와대에서도 하고 그러고 나서 그 해 12월에 그 법이 통과하지 않았습니까? 놀라운 현상입니다.

 

[기자] 김여정이 한국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네요?

 

[이성윤 연구원] 표현, 정보의 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입니다. 통제를 받고 기본적인 정보를 못 들어오게 하는 정권 하에서 현실을 모르고 사는 북한주민들에게 정보 유입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꼭 해야 되는 필수적인 활동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가 날씬하고 예쁜 공주마마께서 한 번 얘기를 하니까 바로 ‘대북전단 금지법’을 진행하겠다 하고 신속히 그런 법을 또 통과시켰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김여정은 이 일에 있어) 굉장히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이것은 김일성, 김정일도 못 했던 일이고, 김정은도 못 했습니다. 이러한 언론 통제 등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억압하는 일을 국경을 넘어서 남한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남한의 표현의 자유 전체를 파괴시킨 건 아니지만 이같은 현상은 여태껏 없었습니다. 그래서 실권을 쥔 정말 경계해야 되는 여성 지도자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