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경경비대, 지휘관들에 동계훈련 부식∙땔감 강요
2023.11.17
앵커: 북한 양강도 주둔 국경경비대 25여단이 동계훈련에 진입하는 병사들의 막사 난방용 땔감을 군 지휘관들에게 부담시켜 군인 가족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12월 1일부터 동계훈련을 시작하는 북한 군이 ‘병사의 날’ 운영 준비를 서두르면서 군인 가족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병사의 날’은 동계훈련에 진입하는 12월의 매주 일요일(총 5회: 3, 10, 17, 24, 31일)로 이날 군 지휘관 가족들은 사비를 털어 병사들에게 먹일 특별 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특별 식사는 북한 당국이 정해준 고정식사표와 가족들이 정하는 임시식사표에 나온 음식들로 준비되는데 북한 당국이 정한 고정식사표에는 떡과 빵, 돼지고기, 콩비지국과 두부, 계란, 김치가 포함돼 있고, 군 지휘관 가족들이 정하는 임시식사표는 산나물을 비롯해 6가지 이상의 반찬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양강도 주둔 국경경비대 25여단 정치부가 ‘병사의 날’ 식사 준비에 더해 동계훈련에 진입하는 병사들의 병실(막사) 난방용 땔감을 군 지휘관들에게 부담시켜 군인 가족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군인들의 아내들이 친정으로 떠나는 경우를 말하는데 경비대 3중대 소대장 아내가 여단 정치부와 인민군 총 정치국에 신소편지를 보낸 사례도 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4일 “양강도 주둔 국경경비대 25여단 정치부가 12일에 진행된 전체 지휘관 회의에서 소대장 이상 지휘관들은 화목 1입방(미터)씩 바치라고 지시했다”며 “화목은 동계훈련에 들어가는 병사들의 병실에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시 내용이 알려지자 국경경비대 군인 가족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양강도 주둔 12군단의 군인가족들도 자칫 군단정치부가 국경경비대 25여단 정치부를 흉내 내 군인가족들에게 땔감을 바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6일 “국경경비대 25여단이 소대장 이상 지휘관들로부터 화목 1입방 혹은 석탄 500kg씩 거두고 있다”며 “화목이나 석탄을 바치지 못하는 지휘관들은 대신 중국 인민폐 110위안(미화 15.18달러)씩 바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화목이나 석탄 대신 중국 인민폐 110위안씩 받는 건 장마당에서 화목 1입방이나 석탄 500kg의 가격이 중국 인민폐 110위안이기 때문”이라며 “소대장의 한달 월급이 내화(북한 돈) 2천원(미화 0.235달러),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의 한달 월급이 내화 3천원(미화 0.352달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국가가 땔감을 보장하지 못해 지금까지 식당용이나 난방용 땔감은 모두 병사들이 스스로 산에서 해와야 했다”며 “그러나 2021년부터 산림녹화를 위해 일체 산에서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국가적 조치가 취해지면서 병사들은 땔감을 얻을 방법이 없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전국적으로 벌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는데 2021년 3월 각 도별로 산림경영소 및 국토환경국 회의를 개최하고 기존보다 훨씬 강한 산림 단속 조치를 지시한 바 있습니다.
기존에는 벌목이 적발되면 노동단련대 처벌에 그쳤지만 2021년부터는 최소 노동단련대 6개월형으로 처벌이 강화됐습니다.
또 나무의 직경이 15센치 이상, 길이 4미터 이상이면 중국 인민페 2천위안, 달러로 300달러의 벌금형에 처하는데 벌금을 내지 못해 1~2년의 징역형을 대신 받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병사의 날, 지휘관들이 개인 돈을 털어 특별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이제는 병사들의 난방용 땔감까지 지휘관들이 부담하라니 군인 가족들의 불만이 폭발하고있다”며 “국경경비대 25여단 4대대 2중대장의 아내는 땔감을 살 돈을 달라는 남편과 크게 다투고 이제 더는 못살겠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본가(친정)로 달아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국경경비대 25여단 4대대의 경우 대대장 이하 소대 생활정치지도원까지 모두 54명의 지휘관들이 있는데 이 가운데 중대장, 소대장들의 아내 11명이 부대에서 강요하는 각종 부담을 견딜 수 없어 남편을 버리고 친정으로 떠났다”며 “이는 단지 국경경비대만이 아닌 인민군 하급 지휘관들이 모두가 겪고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