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가보위성이 주민 대상 강제실종 범죄 배후”
2024.10.31
앵커: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강제실종 범죄의 대부분이 북한 국가보위성의 관할 하에 자행되고 있다는 한국 시민단체의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31일 발표한 ‘존재할 수 없는 존재: 북한 강제실종범죄 조사’ 보고서.
TJWG는 보고서에 2021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62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하고 총 66건의 강제실종 사건과 113명의 실종 과정을 조사한 결과를 담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강제실종 범죄가 대부분 북한 국가보위성의 관할 하에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가보위성은 TJWG가 이번 조사로 파악한 강제실종 피해자 113명 중 62명을 단독으로 체포·연행한 기관으로 지목됐습니다.
북한 내 다른 기관들 또는 외국 당국들이 체포·연행한 후 국가보위성으로 인계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주민이 실종된 사례까지 포함하면 총 92명, 즉 전체의 81.4%가 국가보위성의 관할 하에서 강제실종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강제실종된 계기를 살펴보면 탈북으로 인한 강제실종이 39.8%로 가장 많았고 연좌제(25.7%), 한국 등 외부 연락접촉 혐의(8.8%), 김씨 일가와 체제 비판 혐의(7.1%), 종교적 혐의(5.3%)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피해자의 연령대를 기준으로 보면 20~30대 청년층이 38.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10세 미만 아동의 비중도 11.5%에 달했습니다.
피해자의 성별 기준으로는 남성이 58.4%, 여성이 41.6%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TJWG는 아르헨티나, 칠레, 과테말라 등의 경우 강제실종 피해자 중 여성의 비율이 최대 30%에 그쳤다며 이에 비해 북한 여성의 강제실종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탈북했다가 체포·송환돼 강제실종된 여성이 많기 때문일 수 있고 연좌제 때문일 수도 있으며 북한에선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반체제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강제실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TJWG가 파악한 113명의 강제실종 피해자 중 20.4%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당국 혹은 해외로 파견된 북한 요원들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박송아 TJWG 조사기록담당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 주민 대상의 강제실종 범죄에서 중국, 러시아 등 국가들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며 이를 초국가적 범죄로 규정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송아 TJWG 조사기록담당관] 중국이나 러시아 등 국가들도 분명히 북한에서 일어나는 강제실종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일어나는 강제실종 범죄를 초국가적인 범죄로 규정하고 대응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제실종은 국가의 허가, 지원 또는 묵인 하에 개인이나 집단이 사람을 체포, 감금, 납치 등 형태로 자유를 박탈한 후 이를 부인하거나 실종자의 생사 또는 소재지를 숨겨 실종자를 법의 보호 밖에 놓이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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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난 29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북한의 강제실종과 강제송환 후 고문 문제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특히 강제실종으로 인해 수많은 가족들이 분리됐다고 지적하며 피해자 가족들은 이로 인해 고문을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강제실종으로 인 해 수많은 가족들이 분리됐습니다. 이는 엄청난 고통을 초래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운명이나 행방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괴로움과 슬픔을 야기하고 고문에 달할 수도 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그러면서 북한 내 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인 책임규명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를 위해 노력하는 동안 북한 외부에 거주하는 강제실종 또는 고문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제공하고 이들이 겪은 피해를 치유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