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 ‘러시아와 무기거래’ 은폐 의도”
2024.05.17
앵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최근 북한이 공개한 전술무기들은 러시아 수출용이 아니며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는 러시아와의 무기거래를 은폐하기 위한 담화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7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북한이 공개한 무기들은 ‘대러시아 수출용’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최근 우리가 개발 및 갱신한 무기체계들의 기술은 공개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수출이라는 가능성 자체가 논의될 수 없다”며 “조선·러시아 무기거래설은 가장 황당한 억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어 “우리가 공개한 방사포들과 미사일 등 전술무기들은 오직 한 가지 사명을 위하여 빚어진 것”이며 “서울이 허튼 궁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쓰이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부부장은 “적대세력들이 음험한 정치적 기도를 노골화하는데 정비례해 우리는 필요한 활동들을 더 활발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10일 신형 240mm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하는 등 최근 군수분야 공개활동을 이어간 바 있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는 러시아와 무기거래설을 부인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은 메시지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이어 “지금 북한과 러시아는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수준의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무기거래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무기거래를 은폐하기 위한 성격의 담화”라고 설명했습니다.
임 교수는 또 “북한은 앞으로도 러시아와의 무기거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명분과 실리를 최대한 확보하려고 하는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명분적으로는 무기거래를 부인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합니다. 지금 미국의 인공위성이라든지 다른 수단들에 의해서 계속 (무기거래가) 발각되고 있잖아요.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와의 무기거래를 사실상 은폐하기 위한 그런 담화의 성격일 수 있습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러시아 무기수출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회담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무력 충돌,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위협 행위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정대진 교수는 “북한의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긴장국면 조성에 대한 책임을 한국 측에 전적으로 돌리고 있다”며 “이는 자신들의 군비증강에 대한 명분쌓기”라고 밝혔습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정비례’라고 하는 단어는 김여정 부부장이 자주 쓰는 단어인데 이번에 또 사용하면서 남측의 행동, 위협에 따라서 자기들도 전쟁 억제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명분쌓기를 하는 것이죠.
한편 북한 외무성의 박명호 중국담당 부상은 16일 담화를 통해 한국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것에 대해 “청탁과 구걸외교”라고 비난하며 “그 누구에게 건설적 역할을 주문한다고 해도 주권적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박명호 부상은 해당 담화에서 “조한관계는 되돌려 세울 수 없게 되어있다”라고 밝히는 등 기존 ‘북남관계’ 대신 ‘조한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정대진 교수는 박명호 부상이 ‘청탁과 구걸외교’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한중관계가 다시 복원되는 것에 대한 견제를 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외교적으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 향후 한중일 정상회담 등에 대해서도 견제하는 한편 북중러 공조를 강화하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오는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될 것으로 전망되며 한중일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이는 2019년 12월 이후 약 4년 5개월 만입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조한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앞서 남한과의 관계를 ‘국가 대 국가’(2국가) 관계로 새롭게 규정했기 때문에 기존 ‘북남관계’를 대체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조한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