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북한 근로자 뿔뿔이 흩어져”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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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내 북한 근로자 뿔뿔이 흩어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숙소의 모습.
/통생통사 강동완 TV 캡쳐

앵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따라 2019년 말까지 본국에 돌아갔어야 할 북한 근로자들이 여전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남아 외화벌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으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발이 묶였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두세 명씩 흩어져 리모델링, 즉 재건축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노정민 기자가 최근 블라디보스토크를 다녀온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로부터 현지 북한 근로자들의 실상을 들어봤습니다.

“대형 건설 현장에서 북한 근로자 사라져”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9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그곳에 있는 북한 근로자들의 상황을 조사했습니다.

2020년 1월에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바 있는 강 교수는 최근 (지난 15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와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에도 북한에 돌아가지 못한 근로자들이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소개했습니다.

⦁ 교수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블라디보스토크 현지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강동완 교수] 우선 공항에 내려서 깜짝 놀랐던 것은 거의 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나 인원 제한도 전혀 없었고요. 블라디보스토크의 거리 모습이나 풍경들은 코로나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코로나 이전에는 시내 어디를 다녀도 북한 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거든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있는 대형 건설 현장에 가보면 조선말을 사용하는 많은 북한 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대형 건설 현장에서 동양인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결국, 북한 노동자들이 없다는 얘기고, 그 자리를 대신 우즈베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북한 노동자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강동완 교수] 아무래도 비자는 만료됐는데,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을 놓쳤기 때문에 시내의 대형 건설 현장에서 합숙 생활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거의 없다고 보여집니다. 

⦁ 북한이 작년 1월부터 국경을 봉쇄했는데요. 그렇다면 러시아에서도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러시아에 발이 묶인 북한 노동자들이 많다고 볼 수 있군요?

[강동완 교수] 네. 분명히 지금 그곳에 있고요. 제가 현지 북한 식당에 갔을 때도 종업원이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북한 평양과 이곳(블라디보스토크)을 오가는 비행기 노선이 다 끊겼기 때문에 지금 오갈 수도 없고, 물자도 나올 수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에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를 확인해 보니 대형 건설 현장 옆에 세운 가건물의 단체 합숙을 하는 곳에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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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자주 가는 식당 메뉴판과 즐겨 먹는 월남밥. /통생통사 강동완 TV 캡쳐


“폐허 수준의 빈집에서 숙식 해결”

⦁ 현지 식당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즐겨 먹는 음식, ‘월남밥’을 소개해주셨는데, 어떤 음식입니까? (관련 동영상)

[강동완 교수] 러시아 돈으로 250루블(미화로 약 3.5달러)입니다. 한국 돈으로 4천 원이 조금 넘는데요. 이 ‘월남밥’을 파는 식당이 따로 있습니다. 제가 2020년에 조사했을 때 그 식당에서 정말 많은 북한 노동자들을 만났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이 식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시장을 보러 왔다가 ‘월남밥’ 한 끼를 먹고 가는데요. 저는 이 ‘월남밥’이 정말 눈물의 음식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250루블 정도면 저렴하기 때문에 그 식당에 오는 거거든요. 러시아 음식이 아니라 김치, 달알이라고 표현하는 계란말이, 닭고기 한 조각, 돼지고기가 쌀밥과 함께 나오는 백반 형식인데, 이 밥 한 그릇이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거죠. 그런데 ‘이조차도 사실 못 먹고 있다’, ‘이건 매우 잘 먹은 거다’라고 표현하는 노동자들도 있거든요. 그들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북한 노동자 숙소도 가 보셨는데, 낮과 밤에 가보셨잖아요. 그곳 숙소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관련 동영상)

[강동완 교수] 그곳은 옛날에 민간인이 살던 폐허가 된 집입니다. 시 외곽의 건설 현장 뒤편에 아주 작게 마련돼 있는 집인데, 그 폐허 같은 집을 아마 임대해서 단체로 합숙을 하는 것 같았는데요. 이 집을 알게 된 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지난 2020년에 알게 됐습니다. 당시 제가 문을 열고 그 안까지 들어가 북한 노동자들을 만나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도 설마 사람이 있을까’하고 조심스럽게 가 봤는데, 여전히 그곳에 사람들이 있었고, 굉장히 경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본인들의 비자가 만료됐다는 걸 알고 있고, 자신들의 존재가 드러나면 굉장히 곤란하기 때문이죠.

제가 낮에 갔을 때, 또 밤에 갔을 때도 여전히 그곳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흔적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경계를 강화했다는 것은 다른 게 아니고, 개를 많이 키웠습니다. 이전에는 분명히 그곳에 사냥개와 같은 큰 개가 없었는데, 그 집 마당에 큰 개를 묶어 놓고 작은 인기척만 나도 개가 짖는 모습들을 볼 때, 굉장히 (외부인을) 경계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숙소의 생활환경은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이었나요?

[강동완 교수] 아니죠. 이 집 자체가 이미 나무판자로 되어 있는 옛날 집이거든요. 이미 폐허 같은 집을 아마 임대를 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굉장히 열악하다는 것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화장실은 바깥에 임시로 땅을 파고, 문도 겨우 하나 만들어 놓은 정도였는데요. 보통 러시아에서는 이미 허물어졌어야 할 옛날 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니 어쩌면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으면 이 북한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을 텐데요. 지금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 같습니다.

[강동완 교수] 네. 맞습니다. 비자도 완료됐고, 유엔 대북제재 때문에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갔어야 하는데도, 지금 갈 수 있는 비행기도 없고, 모든 국경이 통제돼 있으니까 오도 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죠.

2017년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해외 북한 근로자의 체류가 금지되고, 2019년 12월 31일까지 본국으로 송환해야 하지만,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과 최악의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지금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이들의 외화벌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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