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바이든 실용적 접근 확인하려 할 것”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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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바이든 실용적 접근 확인하려 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8일 미 의회에서 첫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AP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북한이 ‘현실적으로 양보할 수 있는 범위’ 중요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마무리됐습니다. 마키노 기자님, 아직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중간합의에 기초한 단계적 핵 합의를 추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의 새 대북정책, 취재를 좀 해 보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바이든 정부는 미일 정상회담이나 외교장관회담에서 (새 대북정책과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해왔습니다. 동시에 블링컨 국무장관이나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취재해본 범위 내에서 (살펴보면) 북미 간 대화는 상향식으로 하되 북한이 양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진행하겠다는 의미인 듯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현실적으로 양보할 수 있는 범위가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다만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만 포기 가능하다고 마지막까지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당시, 사전에 최소한 ‘영변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도 김 총비서가 영변 핵시설만 포기할 수 있다고 고집했다는 건 그의 측근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북한 국내의 강한 반대 탓에 김 총비서가 더 이상 양보하지 못 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현 시점에서 (똑같은 입장이라면) 영변 핵시설만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할 거고 그렇다면 의미있는 진전이 어려울 걸로 예상됩니다.

미 관리 “한반도 비핵화는 결국 북한 비핵화와 같은 말”

<기자> 한국 정부는 미국의 새 대북정책이 현실적이라며 환영한다고 밝혔는데요, 일본 내 반응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G7, 즉 주요 7개국은 북한의 모든 종류의 대량살상무기와 모든 사정거리의 탄도미사일을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하는 목표에 일치했다고 말하면서 미국의 정책에 환영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지만,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바이든 정부도 싱가포르 합의는 존중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저의 취재에 응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한국 쪽에는 핵무기가 없기 때문에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은 북한의 비핵화와 똑같은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표현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는 3월2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아니라 그 아래인 대북제재위원회를 소집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폐기를 얘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역시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를 우선시하고 있는 듯합니다.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한다니까 그건 핵폐기 협상이 사실상 군축협상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고 봅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앞으로 바이든 정부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인 듯합니다.

북,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에 매력 느끼지 않는 듯

<기자> 그런데 북한은 지난 2일 외무성 미국담당 권정근 국장 명의 담화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트집잡으며 상응한 조치를 강구할 거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어떤 속내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바이든 정부와 협상에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지금 단계에서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영변 핵관련 시설 포기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했던 수준의 유엔 대북제재 완화는 어려울 듯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몇 차례나 현 유엔 대북제재는 유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오랜동안 미국이 적이라고 교육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으로선) 미국과 악수한다고 하면 주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정도의 큰 대가를 미국으로부터 얻어 내야 합니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도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바로 레임덕, 즉 임기말 권력 누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실용적 접근법이 뭔지 확인차 한 차례 정도는 미국과 외교협상에 나설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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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3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부터),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3자회의에서 함께 걸어가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대북정책을 인도∙태평양정책 일부로 여겨

<기자> 반면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의 대북정책 중심이 외교라며 북한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미국으로선 상당히 유연한 접근법을 택한 듯한데,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 걸로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의 역대 정부와 차이가 있다면 대북정책을 독립적으로 여기지 않고 인도 태평양 정책의 일부로 여기는 점입니다. 과거 부시 행정부나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공식적으로는 기후변화나 대북정책에 관해서는 중국과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의 최대 외교 과제는 중국의 위협을 억지하는 것이고 그런 연장선에서 보면 중국도 북한도 억지해야 하는 그런 정책이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이런 미중 대립을 이용하면서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게서 이익을 얻어내려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북미관계는 외교가 아니라 안전보장 정책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억지와 제재를 중심으로 풀려나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북, 한국이 여전히 양보할 가능성 있다고 여기는 듯

<기자> 그런가 하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겠다며 발끈했습니다.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로 북한은 문재인 한국 정부가 아직도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5월 21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통해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둘째로 역시 북한 입장으로선 김여정이 이렇게 과격한 발언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북한 내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사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그런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이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월드컵 예선전에 불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속내,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그 정도로 역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이 현재 북한으로선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북한 스스로 고백했다고 봅니다. 노동신문도 이번 달에 예외적으로 코로나 백신을 언급했지만 백신이 있다고 다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아직 주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 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 아래서 북한이 할 수 있는 건 격리조치와 인적왕래를 제한하는 그런 정도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남한 문화의 유입을 매우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예선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는 마지막까지 북한의 참가를 원하고 있지만 북한의 참가는 어렵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기자> 마키노 전문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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