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쿄 가봤자 실익 없다” 판단한 듯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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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쿄 가봤자 실익 없다” 판단한 듯 지난 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올림픽 불참 결정 TV 뉴스를 보고 있다.
/AFP

앵커: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을 통보한 데 대해 일본 정부는 당황한 기색과 함께 각국의 불참 도미노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경계해 온 상태에서 도쿄올림픽이 정치∙외교∙경제적 돌파구로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북한의 올림픽 불참 통보와 관련해 일본 내 반응과 한반도 전문가들의 분석을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갑작스러운 올림픽 불참 통보에 일본 정부 당황∙우려

일본 도쿄 신문의 한반도 전문가인 고미 요지 논설위원은 북한이 오는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 불참을 통보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코로나19 대유행의 극복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북한의 참여를 통해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의 실마리와 평화 올림픽을 구상했던 일본 정부의 기대가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고미 위원은 아직 4월인 데다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으로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음에도 북한이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할 것을 일본 정부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고미 요지 위원]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외교적인 소통을 하고,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납치 피해자 문제, 수교 문제의 실마리를 잡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 무산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충격이 크죠. 북한이 작년부터 코로나19에 크게 신경을 쓰고 국경 봉쇄까지 했으니까 혹시나 불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지금 시기에 북한이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 관리(언론 접촉을 위한 사전 허락을 받지 못해 익명 요구)도 최근(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불참 결정으로 일본 정부가 입은 타격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림픽 개최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북한이 공식적으로 불참을 선언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또 최근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는 데 반해 검사와 백신 도입 등 보건 당국의 대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안전한 올림픽 개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정부 내에 팽배해 있지만, 이제 와서 취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이 관리는 덧붙였습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도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합니다. 조직위원회 측은 (4월 6일) 북한의 불참 결정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우리도 보도를 보고 불참 사실을 알았다”라며 “조직위원회로서 모든 관련 당사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모든 국가와 지역의 선수들을 환영할 수 있는 최상의 무대를 준비하겠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외교 전문기자도 (7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위원] 일본 정부와 여당은 현재로서는 끝까지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스스로 올림픽을 포기한다고 하면 막대한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올림픽을 그대로 개최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처럼 참가를 거부하는 국가가 많아지면서 최종적으로 개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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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코로나19 걱정’에 ‘올림픽 참가에 실익 없다’ 판단도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한 배경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을 언급한 데 대해 일부 미국과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해가 간다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일 년 넘게 봉쇄하고, 미북, 남북 교류를 전면 중단한 데 이어 국제기구와 민간단체의 인도주의 활동까지 통제할 만큼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을 매우 경계해왔기 때문입니다.

언론인 출신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박사도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매우 우려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문성희 박사] 두 가지 측면이 있죠. 하나는 정말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섭기 때문에 선수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야단이니까.

하지만 북한이 도쿄올림픽의 참가를 통해 얻을 정치적 실익이 없기 때문에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했을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올림픽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도쿄올림픽이 미북, 북일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또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참여와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기대한 만큼 적극적인 물밑 접촉이나 움직임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 스팀슨 센터의 유키 타츠미 동아시아∙일본 담당 선임연구원은 (4월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자신에게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라며 “코로나19가 올림픽 불참을 위한 쉬운 핑계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타츠미 선임연구원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 총비서를 만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의미 있는 관여는 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북한이 도쿄올림픽을 통해 얻을 이득은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미 민주주의 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도쿄올림픽이 미북, 북일 관계 등에 돌파구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 자체가 실수였고, 환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것은 충분히 논리적인 이유가 됩니다만, 일본이 독자적 대북제재를 2년 더 연장한 것도 이유가 된다고 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최근 한∙미∙일 3국 안보실장의 회담에서 나온 내용의 가장 핵심은 유엔 대북제재를 온전히 이행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억지력을 유지한다는 것에 동의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대북제재 완화가 있을 때만 대화에 협상에 나설 텐데, 제가 볼 때 바이든 행정부는 조만간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습니다. 북한이 유엔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기 전까지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마키노 전문기자도 북한이 앞으로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불참하는 것은 스스로 (핵 문제에서) 먼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김여정 부부장도 예전에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의 거래가 아니라 미국이 먼저 양보해야 대화하겠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 양보하지 않는 한 대화의 기회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나 한국이 양보하더라도 북한은 이를 양보로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당분간 한반도 정세는 교착상태로써 북한이 저강도 군사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 정부, 북 자극 않고 관망세 유지할 듯

북한의 올림픽 불참 통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이미 불참을 통보한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북일 간의 적극적인 물밑접촉이 요구되지만, 지금의 북일 관계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 속에서 북한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주변국들의 노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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