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두려운 한류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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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두려운 한류 온:한류 축제 K-POP 콘서트에서 이날치밴드가 공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에서도 한류, 즉 한국의 드라마나 가요가 인기있다는 건 꽤 알려진 사실인데요, 문성희 박사님, 북한이 최근에 한류와 관련해 비방하는 글을 대외 선전매체에 올렸다면서요?

문성희: 네,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가 3월 24일에 ‘남조선청소년가수들 대기업들에 예속, 비참한 생활 강요’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어요. 거기서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케이 팝(K-pop) 그룹들의 이름을 올리고 ‘SM엔터테인먼트’와 같은 회사가 “이들을 외부와 철저히 차단하고 하루 2〜3시간만 재우면서 혹독한 훈련을 강요”하고 수익금을 양성비 명목으로 대부분 빨아가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여성 가수들 경우에는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성접대까지 강요당하고 있다고까지 쓰고 있어요.

<기자> 아무리 외국 선전용이라고 해도 북한 매체가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등 한국 가수를 직접 언급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꽤 이례적인 듯한데요?

문성희: 네, 저도 그 측면에 주목했어요. 고백하는데 저는 BTS A.R.M.Y., 그러니까 열렬한 BTS 팬이거든요. 우연히 TV에서 방송하던 콘서트 모습을 보았는데 한 번에 빠졌어요. 그래서인지 북한 매체가 BTS의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어느 측면에서는 기쁘다고 할까. 북한 사람들까지 알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기자> 북한 매체에서 언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북한 내부에서 한류의 인지도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말씀이시죠?

문성희: 그렇다고 봅니다. 북한 사람들이 몰래 한류 드라마 등을 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물론 당국은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2010년 경이었던가 북한 현지에서 ‘친척들에게 그런 영상을 절대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가족들을 돌보는 지방 간부한테서 지적을 받은 적이 있어요.

<기자> 일본에서 온 분한테 그런 지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류가 북한 내에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거네요?

문성희: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 당시엔 그러했지요. 제가 2010년께 북한에 체류하고 있을 때 평양에서 목격했는데, 무슨 행사가 있었다고 보는데, 거기에 동원된 치마 저고리를 입은 젊은 여성들의 집단이 있었어요. 옷은 치마 저고리인데 모두가 빠짐없이 바닥과 굽을 높인 구두를 신고 있었던 거에요.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였던가 여성 주인공이 신고 있었던 그런 구두에요. 일본이나 서방에서도 연예인의 패션을 본따면서 유행할 수 도 있지 않습니까. 뭐 그런것인가. 그러니까 누군가 ‘가을동화’를 본 북한 여성이 그런 구두를 신기 시작했다가 그것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 그런데 그런 옷차림이 한류 드라마에서 온 것을 알게 되면 북한 당국에서 단속을 강화하지 않나요?

문성희: 뭐 거기까지는 안 하겠지요. 그리고 일부 사람들이 그런 드라마를 봤을지 몰라도 그것이 한국 드라마에서 나온 패션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겠지요. 다만 북한에서는 중국을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패션을 본 따는 경우가 많다고 들어본 적이 있어요. 그것도 시장이나 상점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패션 잡지나 중국에서 누군가가 사 온 옷 등을 견본으로 해서 자기들이 직접 옷을 짓는다는 것이에요. 북한 여성들은 학창 시절에 옷을 짓는 방법도 배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지간한 옷이라면 모두 자체로 조달하는 것이에요.

<기자> 그런데 문 박사님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나요?

문성희: 그건 없습니다. 중국제 DVD재생기를 쓰고 중국제 DVD를 보고 있는 장면은 목격한 적이 있지만, 그것도 북한 애니메이션이었어요. 제 앞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은 없었고, 그런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러나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한테 그런 동영상을 절대 제공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반대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과거에 북한 공항 세관에서 가장 엄격했던 것이 USB었어요. 안에 뭐가 들어있는가를 꼬치꼬치 질문을 받았고. 그러니까 저는 북한에 들어갈 때는 새 USB밖에 안 가져갔어요.

<기자>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그런 동영상을 어떻게 입수하는가요?

문성희: 그건 저도 직접 물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흔히 보도에 나오는 이야기는 장삿꾼들이 몰래 수입해서 시장이나 그런데서 팔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USB안에 놓고 가져오는 것이 가장 단속되지 않는 수단이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당국이 그걸 알게 되면 당연히 USB를 단속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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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의 개선청년공원 안에 있는 패스트푸드 가게에 설치된 메뉴판. 자기가 먹고 싶은 걸 골라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2010년 8월). /문성희 제공


<기자> 북한 주민들 속에서 한류가 침투하고 있다고 알 수 있는 다른 징후는 없었나요?

문성희: 그것은 아까 말한대로 여성들의 패션을 보고 짐작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그 정도에요.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는 BTS를 무척 좋아하는 북한 젊은 여성이 등장합니다. 한국에서 북한에 불시착했다가 머물고 있는 여성 주인공이 그 젊은 여성한테 “BTS 뮤직비데오 보고 있었지?”해서 협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게 몰래 케이 팝(K-pop)를 보고 있는 젊은이들도 있을 수 있지요.

<기자> 그렇다면 최근에 북한 매체가 갑자기 한국 가수들의 ‘비참한 처지’에 대해 언급한 것은 한류의 침투를 경계한 탓으로 봐야 할까요?

문성희: 당연히 그렇겠지요. 북한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걸쳐서 소련, 동유럽 사회주의 나라들이 붕괴한 것은 젊은 사람들이 서양 문화의 영향을 받고 거기에 매혹되고 사상적으로 탈락했던 것이 큰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다른 나라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가 침투하는 것은 더더욱 경계한다는 것이겠지요?

문성희: 그렇지요. 북한 당국으로 보면 한류가 가장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봅니다. 그것은 한국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라 할까요. 예를 들어 중국, 러시아 영화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미국이나 일본 영화까지 북한 사람들에게 보는 것을 허가하고 있었어요.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일본 영화 ‘사나이는 고달프다’를 애호하고 있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입니다. 북한에 3대기술혁명전시관이라고 공업, 농업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과시하는 박물관이 있어요. 거기에서 미모의 안내원한테서 미국 영화 ‘타이타닉’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좀 놀랐지요.

<기자> 어떤 이야기인가요?

문성희: 공업전시관에 북한에서 만들었다는 스크린이 전시되어있었는데, 제가 그것을 보면서 ‘타이타닉의 그 곳일까?’라고 농담조로 중얼거렸어요. 그랬더니 안내원이 ‘아, 로즈가 잭을 처음 만난 장소입니까?’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에요. 감짝 놀랐지요. 물론 2003년 특파원 시절 북한에서 조선어 자막이 붙은 ‘타이타닉’ 영화를 인민들에게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었어요. 안내원한테 “보여달라”고 부탁했더니 “보여준다”고 그랬던데, 나중에 역시 허가가 안 나왔는지 안 보여주었어요.

<기자> 그렇지만 많은 북한 주민들이 ‘타이타닉’을 보았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그렇지요. 그리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해 더 상관없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북한에서도 외국 영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한류에 대해서는 매우 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기자> 어째서일까요?

문성희: 아까 한국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고 했는데, 역시 동족이니까 오히려 엄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메아리’의 기사를 봐도 BTS나 블랙핑크가 기획사에 예속돼 비참한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사실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과거에는 동방신기의 ‘노예 계약’이 문제가 된 적도 있지만, 우선은 자기들 자신이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사실을 그대로 알리면 북한 사람들이 환상을 가질 수도 있지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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