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북한 여성 오늘] ③ 틀을 부수다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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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북한 여성 오늘]  ③ 틀을 부수다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여성들.
/AP

앵커: 겉으로 보이는 북한 여성의 삶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속마음을 들어보면 여성의 인권이 여전히 존중되고 있지 않고 기회조차 균등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었습니다. 또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고, 그들을 옥죄고 있는 틀을 깨고자하는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평양에서 특권층 여성들과 교류했던 영국 외교관 배우자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탈북 여성을 통해 북한 내부에서 싹트고 있는 여성들의 의식 변화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여성의날 특집기획 3부작, ‘북한 여성 오늘,’ 마지막 시간으로 북한여성들이 부수는 관습의 틀을 천소람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생활고 탓 자식 안 낳고 싶어해

[박가은] 북한에서 애를 낳고 웬 고생을 하냐는 거죠. 낙이 없고 답이 없는 곳에서…. 솔직히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도 적당치 않은데 애까지 낳아서 왜 힘들게 사냐는 거죠. 웬만하면 한국은 결혼만 하고, 애를 안 낳는 경우도 많잖아요.

2019년 탈북한 20대 여성 박가은(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씨는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무조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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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무역일꾼 출신의 50대 탈북 여성 김혜영(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씨도 이같은 생각의 변화는 사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김혜영]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가정을 갖고 아이 낳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몸도 건사하기 힘든데, 자식까지 힘들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대신 좋은 직업을 갖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것을 선호한 겁니다. 이는 평양뿐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북한에서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점차 사라지면서 무조건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김 씨는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무역일꾼으로 일하며 비교적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았던 30대 북한 탈북여성 이수영(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씨도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우선순위였다고 말합니다.

[이수영]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두 번째는 가정을 꾸리는 거죠.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전통적 성 역할 대신 직업을 갖고 경제적 풍요를 선호하는 욕구가 커졌다고 탈북 여성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김혜영] 소득이야 많으면 많을 수도 좋죠. 작년에 한국에 정착한, 제가 알고 있는 탈북 여성도 무역일꾼 출신인데 자신의 꿈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을 떠나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되는 것이 북한 여성들의 꿈이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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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북한서 잘 나가는 여성 경제인 많아

먹고 사는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만 하는 북한 당국으로선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이전처럼 막을 수만은 없습니다.

이수영씨도 비록 당 간부로 성공할 가능성은 작았지만, 여성으로서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영] 많이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데, 김정은 체제에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까 당간부 하는 것은 제한이 많아도, 돈을 벌고 사는 데에는 지장이 별로 없었어요.

마음만 먹으면 여성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겁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박사는 한국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도 여성 경제인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현상을 묘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성희] “사랑의 불시착”에 북한에서 백화점을 경영하는 여성이 나옵니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난 뒤에 홀로 딸을 키우면서 백화점을 운영하는 부자로 그려지고 있지요. 고급 아파트에 살고 딸도 자기도 명품 옷을 입고 북한에서도 잘 사는 집안으로 현상이 되어있습니다…(중략) 평양역 인근에 대동강맥주 비어홀이 있는데 거기 지배인도 여성이었습니다. 중국도 자주 출장가면서 장사에 대해서 많이 연구를 한다는 얘기를 하고 계셨어요. 북한에서 유명한 호텔 지배인도 여성이고. 평양대극장안에 있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사람도 여성이고. 하여튼 여성들 파워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미투’ 모르지만 비슷한 사례도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과 관련해 빠질 수 없는 사건 중 하나는 바로 ‘미투운동’ 입니다.

미투운동은 남성으로부터 성적 폭력이나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당당히 이를 밝히고, 사과와 근절을 촉구하면서 2017년께부터 전세계적으로 확산했습니다.

20대 탈북 여성 박가은 씨는 북한에서 ‘미투’라는 용어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여성으로서 불쾌한 일을 겪어도 신고를 안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몇몇 여성들이 신고를 해 가해자를 교화소로 보냈다는 겁니다.

[박가은] 미투에 대해서는 못들어 봤어요. 아직 그런 것은 없어요. 가끔씩 어떤 여자들은 그런 것을 당하게 되면 이야기하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 짓을 한 남자들을 감옥에 보내는 거죠. 그런데 웬만하면 여성들이 말하기가 부끄러우니까 신고를 안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대담한 여자들도 있는데, 제가 탈북하기 몇 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한 여성은 신고를 해서 남자들을 다 적발해서 교화소로 보낸 거죠.

더 넓은 세계 경험하길

평양 특권층 여성들은 물론 다양한 연령대의 탈북 여성들을 통해 엿본 북한은 전통적 여성 역할 대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싶다는 욕구가 점차 움트고 있었습니다.

서방 외교관 배우자로 평양에서 생활했던 린지 밀러 씨는 북한 여성들에게 스스로에게 더 솔직해지라고 조언합니다.

[린지 밀러] 제가 북한의 젊은 여성, 특히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들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도록 시도 할 수 있는 것 모두 시도해 봐라” 입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일 수 있겠죠. 그들은 정말 많은 것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잖아요. 특히 젊고 언어적 재능이 많은 사람들은 아마 외교사단 으로 활동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죠. 해외에도 나갈 수 있고 말이죠. 그들에게 기회를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더 넓은 세계를 경험 할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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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박가은 씨는 한 발 더 나아가 북한 여성들이 용기를 더 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박가은(가명)]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니까 조금 더 한 발자국 더 내딛어서 세계를 더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것 못하고, 할 말 못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억울한 지를 말해주고 싶고, ….

김혜영 씨는 북한의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여성 기업가가 육성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혜영] 북한 여성들이 꼼꼼하고, 추진력이 있고, 남성들보다 장사수완도 좋고, 경험이나 아이디어도 많거든요. 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여성들을 교육하고, 북한 무역의 책임자에 여성을 임명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세미나에서 나온 말처럼 북한 여성 기업가를 육성하고, 권한도 주고, 교육이나 지원을 해 준다면 북한 여성들이 훨씬 더 잘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당연히 북한 경제에도 도움이 되겠죠.

젊은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틀을 깨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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