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복수입국 여권’에 미 민간단체 기대와 아쉬움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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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복수입국 여권’에 미 민간단체 기대와 아쉬움 사진은 평양 공항의 비행기 도착 안내판.
REUTERS

앵커: 미 국무부가 최근 인도주의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단체와 개인에게 1년 동안 복수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여전히 북한 여행 금지 조치가 내년 9월까지 유지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특히 이 제도가 미주 한인 이산가족 상봉과 참전용사들의 유해 송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새로 시행된 북한 복수입국 인증여권 제도의 영향과 한계에 대해 박수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북한 복수입국 인증여권 제도 도입으로 미국의 방향성 드러내

미국 국무부는 인도주의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기관이나 종사자의 경우 복수 입국을 허용하는 특별 인증 여권을 발급하겠다고 최근 (3)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난 9 1일부로 전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했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1년 더 연장한 가운데, 복수입국 인증여권 제도의 도입은 미국 시민의 안전을 위해 북한 방문을 제한하면서도 대북 인도주의에 대한 지지는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차희 재미 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National Coalition on the Divided Families: Divided Families USA) 사무총장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현재 미국의 외교 현안 중 북한이 최우선순위가 아님에도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관한 제도가 도입된 것은 미북 관계 뿐 아니라 미국 내 한국계 미국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차희] 요즘 시기적으로 아프간 미군 철수 문제에 따른 혼란과 미국 남쪽 국경에 수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로 (미 정부가) 정신이 없는데요. 그래서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거나 잊혀진 상태가 아닐까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미 국무부가 북한을 향한 인도적인 정책과 우호적인 입장을 택한 것이죠.

인도주의 지원 단체와 일부 북한 전문가들도 복수입국 여권 제도의 도입으로 불필요한 요식 체계를 없앴다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미 대북 구호단체인 ‘미국친우봉사단(AFSC)’의 대니얼 재스퍼 워싱턴지부장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아직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되지 않아 정확한 판단할 수 없지만, 대북지원을 위한 입국 절차가 이전보다 간결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댄 재스퍼] 북한 복수입국 인증여권이 일부 관료주의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모든 단체를 위한 제도는 아닐지라도, 일 년에 여러 번 북한을 방문하는 인도주의 요원들을 위해선 말이죠. 매번 특별 방문 여권을 발급받는 것은 일 년에 5번씩 북한을 방문하는 기관들에는 정말 불합리했던 거죠.

재스퍼 지부장은 이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때부터 북한 복수입국 인증여권에 관해 여러 차례 조언이 오갔다면서, 이전보다 더 유연한 정책이 되길 기대했습니다.

[댄 재스퍼] 저는 미 정부가 이미 어떤 기관이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왔는지, 또 앞으로 계속 방문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승인 절차를 진행하는 데 있어 미 정부가 좀 더 유연한 의사소통과 높은 이해도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최근(23) 자유아시아방송(RFA) "복수입국 인증여권은 인도주의 단체와 종사자들이 북한을 여행할 때 필요한 서류를 처리하는 데 시간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국경 폐쇄·분배 불투명성은 여전히 큰 장애물

그러나 인도주의 단체 종사자들은 복수입국 인증여권에도 다양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재스퍼 지부장은 미 국무부 웹사이트에 게재된 내용만으로는 인도주의 단체들이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댄 재스퍼] 여행 일정과 관련해 미 정부가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몇 달 후 혹은 1년 이내에 북한 방문 일정을 계획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또 재스퍼 지부장은 북∙중 국경이 폐쇄돼 있기 때문에 북한 복수입국 인증여권이 실제 인도주의 지원으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댄 재스퍼] 한 가지 큰 한계점은 현재 북중 국경이 폐쇄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경이 다시 개방될 때, 인도주의 단체들이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하겠지만, 복수입국 인증여권만으론 북한 방문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그는 이어 계속된 대북 경제제재와 북한 여행 금지 조치가 북∙중 국경 개방의 시기를 더 늦출 수 있다는 점에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 내부의 접근을 방해하는 주요 장애물은 미 국무부가 아니라 북한 정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받았을 때, 적절한 감시와 평가 기준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북한으로 접근성과 분배 투명성이 없는 것도 주요 장애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복수입국 인증여권, 사각지대 남아있어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북한을 방문해야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복수입국 여권 발급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주목했습니다. 특히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이 그 대상이라는 겁니다. 또 참전용사들의 유해를 송환하기 위한 대표단 파견과 미북 간 민간교류를 위한 방문도 복수입국 인증여권을 받을 수 없다고 재스퍼 지부장은 지적했습니다. 

[댄 재스퍼] 저는 미국이 이러한 문제들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산가족들이 재회하고 미군 병사들의 유해를 찾는 상황에서 미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대중에 공개해야 합니다.

한편, 이차희 사무총장은 미 행정부의 정책이 의회 분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북한 복수입국 인증여권 제도의 도입은 미국 상원에 계류 중인 이산가족 상봉 법안 (H.R.826)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차희] 그래서 우선 미국 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인도주의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바뀌는 것은 저희에게도 큰 위로를 주고, 앞으로 저희 이산가족 정책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은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북한 여행 금지 조치는 유지하는 가운데 시행되는 북한 복수입국 인증여권 제도가 실질적 대북지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 나아가 미북 간 평화적 화해 분위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노정민,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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