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잘못된 질책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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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잘못된 질책 평양의 성신협동농장에서 작업 중인 농장원의 모습.
AP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문성희 박사님,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공개석상에서 북한의 경제 상황과 관련해서 간부들을 심하게 질책했네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 그렇습니다. 보도된 것 만을 봐도 김 총비서가 얼마나 노하고 있는 지가 알수 있어요. 비판 내용에 관해서는 이미 북한 관영매체에서 보도가 되고 있기 때문에 되풀이하지 않겠지만, 제가 북한을 자주 다녔을 때 느꼈거나 실지 체험한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기자> , 우선 농업생산량을 너무 높게 잡았다는 지적이 눈에 띄네요.

문성희: 우선 농업문제에 관해서는 국가에서 영농자재 등을 원만히 보장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곡물생산계획을 너무 높이 세웠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제 세운 목표 숫자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 총비서는 8차당대회에서 2019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지요. 그러니까 아마도 560만 톤 선인데 이것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한 듯한데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적은데 어째서 그런 목표를 세웠는가, 하는 지적이지요.

<기자> 식량문제를 해결하라고 자꾸 다그치니까 담당부서는 곡물 생산 목표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요?

문성희: 네 특히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북한 사람들의 불만이 쌓이게 되기 때문에 높게 설정하기 마련이지요. 제가 경험한 이야기인데요, 황해북도 사리원 시에 있는 미곡협동농장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여기는 북한에서도 ‘5대농장의 하나로 뽑히는 유명한 농장인데, 거기 안내를 받았을 때의 일입니다. ‘강성 1였던가 하여튼 그런 이름의 벼알이 있었는데 이것은 벼 1이삭에 많은 알이 자라는 종류라는 설명이었어요. 그래서 1정보( 1헥타르) 10톤의 쌀을 생산할 수 있다, 뭐 그런 설명이었어요.

<기자> 10톤이면 대단한 양인가요?

문성희: 전 농업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확답은 못 드리지만 보통 1헥타르에 5-6톤 정도 생산할 수 있으면 좋은 편이니까 10톤이라고 하면 대단한 숫자인 것이지요. 우리는 해외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범농장에 안내를 받고 거기서 잘 되고 있는 측면만을 견학시켜주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실지로는 10톤을 생산할 수 있는 농장이 과연 어느 정도 면적을 차지하는 것인지, 그런 쌀를 생산하기 위해 어느 만큼 비용이 들고 있는지 ‘비용 대 효과의 이야기는 안 해 주지요. 그러니까 실상은 모르는 것입니다.

<기자> 현장에서 생산량을 부풀렸다는 말씀인가요?

문성희: 거기까지는 저도 확인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언은 못합니다. 다만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무위원장 시기에 협동농장끼리 곡물생산량 경쟁을 시켜서 5대농장을 뽑고 있었어요. 5대농장에 뽑히면 최고지도자도 평가를 하게 되고 그런 장소에는 국가의 투자가 많아질 것은 뻔하지요.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곡물 생산량이 낮은 농장보다 높은 농장에 투자를 더 많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농장에서도 필사적으로 되지요. 그런 사이에 실적보다 높은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농장 안에서도 잘 되고 있는 부분만 상부에 보고할 수 가 있지요. 물론 허위보고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기자> 그렇긴 하지만 실적 부풀리기를 파악하는 것도 상부 지도기관의 역할일 듯한데요?

문성희 상부 지도 기관은 하부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따지기보다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쉽지요. 부풀리기를 파악해서 낮은 숫자를 보고하는 것보다 높은 숫자를 보고하는 것이 평가도 받을 수 있고. 혹 나중에 숫자가 과장된 것이 밝혀졌다고 해도 아래에서 올라온 보고를 믿었다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기자> 상부 기관에서도 좀 야심적인 증산 계획을 현장에 독려하지 않을까요?

문성희: 과거에는 그런 측면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그것이 정말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목표일지는 실지로 곡물이 생산된 뒤에야 아는 것이지요. 농장이니까 자연기후조건도 타산해야 되고 비료의 질과 량도 생산에 직결되지요. 지난해처럼 큰 태풍이 3개나 짧은 동안에 습격하게 되면 아무리 농장원들이 노력을 해도 수포로 돌아가는 법이지요.

<기자> 농장원들이 실제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도 문제일 듯한데요?

문성희: 그런 측면은 있다고 봅니다. 북한에서 계속 문제가 되어 온 것은 텃밭처럼 자신의 수익에 관련이 있는 곳에서는 열심히 일하지만 협동농장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자기 수익에 직결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포전담당책임제를 실시했는데 그것도 최근에는 잘 집행이 안 되고 있는 것 같고. 수익도 없는데 열심히 일을 하겠습니까? 피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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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창고에 쌓여 있는 요소비료. (2010년 9월)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그런가 하면 김 총비서는 전력, 건설, 경공업 부문에서는 ‘연말에 가서 비판을 받지 않을 정도로’ 생산계획을 낮게 설정했다며 비판하고 있는데요.

문성희: 물론 김 총비서의 비판은 당연한 비판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하는 현장의 사정도 있다고 봅니다. 현장에서도 계획을 높이 설정해서 나중에 비판을 받기보다 낮게 설정해서 그것을 초과 달성해서 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하지요.

<기자> 과거 북한을 방문하시면서 실제 경험한 것이 있는가요?

문성희: 평양양말공장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여기는 1960년대부터 주로 남성 양말을 생산해왔는데 2000년대 중반에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기계들을 수입해서 여성용 스타킹을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2011년에 여기를 방문했을 때 안내해주신 분이 말하기에는 평양 뿐만이 아니라 평양 교외에까지 양말을 공급할 수 있는 정도의 생산량을 보장하겠다고 하고 있었습니다. 실지로 공장안에는 그런 목표가 설정된 구호가 나붙고 있었어요.

<기자> 그러니까 구호대로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 물론 계획한대로 양말을 생산할 수 있으면 좋지요. 그러나 재료는 국가가 중국에서 사와서 보장을 해준다고 하고 있었기에 혹 재료가 계획대로 안 들어올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전력 사정이 나빠서 공장을 만가동시킬 수 없을 경우가 있지요. 그렇게 되면 아무리 현장에서 애를 써도 계획한 만큼의 스타킹을 생산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요. 북한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런 경험을 해왔으니까 계획을 낮게 설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기자> 김 총비서는 그런 원자재와 전력 부족 문제를 자력갱생으로 해결하라고 다그치고 있는데요.

문성희: 그렇지요. 이번 당중앙위원회 8 2차 전원회의에서도 자력갱생 앞에 3가지 말이 붙었네요, 국가적인 자력갱생, 계획적인 자력갱생, 과학적인 자력갱생. 그러니까 양말공장의 실례를 든다면 국가에서 전력을 보장 못하더라도 계획적으로 전력을 써서 경우에 따라서는 공장에서 자발적으로 전력을 해결하라는 말로도 들립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왔기 때문에 공장에서 전력을 해결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국가가 요구하는 계획을 집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을 느낄 때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기자> 자발적으로 전력공급까지 해가면서 양말을 생산한다, 이게 가능한가요, 실제로?

문성희: 실제로는 불가능하지요. 그러나 전력이 부족해서 양말 생산을 못한다고 솔직히 고백하면 패배주의라고 비판을 받기 마련이지요.

<기자> 그러고 보니 8 2차 전원회의에서도 신발생산계획을 형편없이 낮게 세운데 대하여 비판을 하고 있네요?

문성희:아마도 북한에서는 사람들에게 와닿는 신발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해요. 2011년에 평양제1백화점에 갔을 때 신발코너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고 있었어요. 신발 공급을 기다리는 사람인 것 같았던데. 그 당시 TV에서 어느 신발공장에서 많은 신발이 생산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것을 본 어느 현장 사람은그 수많은 신발은 도대체 어디로 가니? 나는 새로운 신발 구할 수도 없는데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기자> 당시에 북한에서 신발이 귀했던 모양이군요?

문성희: 당시 만이 아니라 계속 귀하지요.신발을 생산하자면 고무가 필요한데 북한에서는 생산되지 않고 수입도 제대로 하기 어려우니까.

<기자> 그러니까 그렇게 신발문제가 심각한데 생산계획을 낮게 설정하고 있는데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 , 그렇다고 봅니다. 물론 신발공장 입장에서 보면 이것도 재료문제, 공장 가동 문제가 걸려서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니까 평양1백화점에서도 국산 신발만이 아니라 외국제, 주로 중국제 신발이 함께 진열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제 신발은 공급 가격이라도 국산 신발에 비해 너무 비싼 것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구하기가 어려운 듯 싶습니다.

<기자> 국영기업소들이 비법적인 돈벌이의 길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를 하고 있지요?

문성희: 네, 통일거리 등에 지역시장이 생겼을 때로부터 국경기업소 등에서도 생산된 상품을 시장에서 팔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불법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팔고 있는 것인데. 공장이나 기업소 입장에서 본다면 국가에 바치는 것보다 시장에서 파는 것이 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그런 길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공장, 기업소에서도 종업원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까요.

<기자> 뭔가 이런 불법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경고한 건 아닐까요? 국영기업소가 돈벌이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거나?

문성희 그럴수 있지요. 그런데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는 기업에 큰 권한을 줬지요. 그땐 기업이 돈벌이 하는 것도 묵인 했다고 보는데 그렇게 되면 국가에 생산물이 잘 올라오지 않게 되니까 돈벌이를 비판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기자> 결국 김 총비서가 우려하는 건 생산을 계획대로 보장 못하는 상황일 듯한데요.

문성희: 그렇지요. 지도부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봅니다. 국가가 경제를 통제할 수 없게 되면 시장경제화가 촉진되기때문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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