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탈북민 추석 송금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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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탈북민 추석 송금 사진은 단둥의 지방은행인 단둥은행의 모습.
/연합뉴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혜영 씨 안녕하세요. 조금 뒤에 추석이 다가옵니다. 북한에서도 추석 명절을 지낼 텐데요. 추석을 앞두고 최근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탈북민들이 많다면서요?

[김혜영] 네. 그렇습니다. 북∙중 국경의 봉쇄와 북한 당국의 단속, 높은 송금 수수료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 해도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가족들이 추석 명절만큼은 배불리 먹게 해주고 싶은 마음인데요. 제 주변에 있는 몇몇 탈북민들도 최근 가족에게 송금했다고 들었습니다.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송금 통로가 거의 막혔고, 송금 수수료가 여전히 비싸기 때문에 많은 돈은 못 보내는데요. 주변의 탈북민들도 한국 돈으로 100~200만 원, 미화로 약 1천~2천 달러 정도 보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환율이 올라서 중국 돈으로 바꿔도 이전만큼 많지 않다고 합니다.

- 요즘도 중간 수수료는 높은 상황이죠?

[김혜영] 네. 중간 수수료는 여전히 송금액의 40% 이상 된다고 합니다. 환율 변동에 따라 중국 돈으로 받는 금액은 적어졌는데, 중간 수수료는 높으니까 송금을 해도 속상한 마음이죠. 또 북한에서 다시 북한 돈으로 바꾸려면 이전의 절반 가치밖에는 안 되니까 더 안타까운 겁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싶은 겁니다. 저도 두 달 전에 보내주었는데, 아직 북한에서 별다른 소식이 없어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추석을 앞두고 북한 시장에는 명절 특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가는 좀 안정됐는지, 올 추석에는 떡이라도 해 먹을 수 있을런지요.

[김혜영] 요즘 북한 시장 물가 동향을 보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과 옥수수 등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생필품들은 공급 부족으로 여전히 비싸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추석 준비를 오래전부터 하는데, 당국의 단속과 통제로 시장이 잘 열리지 않아 활기도 없고, 추석 준비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대신 골목길이나 집 앞에서 채소나 과일 등 주로 먹을 것을 팔다가 단속반이 나오면 잠시 피하고, 다시 나와서 파는 겁니다. 요즘처럼 단속이 심하고, 돈이 마른 때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나마 텃밭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장사할 거라도 있죠. 이마저도 없고, 돈까지 없는 사람들은 올 추석을 보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한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조금이나마 돈을 보내주는 겁니다.   

- 북∙중 국경의 통제 강화로 요즘은 송금 수단이 거의 막혔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들었는데, 혜영 씨 주변 탈북민들에 따르면 그럼에도 송금 브로커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김혜영] 네. 북∙중 국경이 봉쇄됐다고 해도 일부 지역에서 극히 적은 수의 무역일꾼들이 거래를 한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서로 잘 아는 중국과 북한 측 파트너, 즉 동업자들끼리 탈북민 송금을 하는 건데요. 여기에는 중국 상인, 중간 브로커, 북한 파트너가 한 팀을 이룹니다. 중국 상인이 중간 심부름꾼을 통해 거액의 돈을 북한 측 파트너에게 미리 넘겨주고 돈을 융통해 준 다음 송금 대행을 하는 건데요. 여기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셋이 나눠 갖는 거죠. 지금은 한국 돈 100만 원을 보내면 중국 돈으로 5천500위안 정도 되는데, 송금 수수료(40%)를 제하면 북한의 가족에는 3천 위안 조금 넘게 전달됩니다. 중간에서 2천 위안 이상의 수수료를 챙기는 건데, 이렇게 여러 명의 탈북민을 대상으로 송금 대행을 하면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겁니다.

- 북∙중 국경의 봉쇄로 무역이나 밀수가 중단된 지 오래지만, 이런 가운데 물품 거래가 아닌 돈거래로 수입을 올린다는 말이군요.

[김혜영 씨] 맞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송금을 통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로 물건들이 오가지 못하니 돈놀이로 이윤을 남기려는 거죠. 소수의 인원과 물건이 북∙중 사이를 오간다고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돈이 있는 중국 상인들이 북한 측 파트너에게 돈을 융통해주고 송금 사업을 하는 건데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북∙중 국경이 봉쇄되기 전에는 북한 측 돈주들도 장사나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 자체적으로 송금을 대행했지만, 지금은 돈이 마르다 보니 친분이 있는 중국 상인들로부터 돈을 융통해 송금 업무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수수료에서 일정 금액을 돈을 빌려준 중국 상인에게 이자 명목으로 떼주는 거죠.

다시 말해 요즘 송금은 돈을 대주는 중국 상인, 중간에서 돈을 건네주는 심부름꾼, 그리고 돈을 융통해 송금 대행을 하는 북한 측 파트너가 활동하는 건데요. 송금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떼야 할 것이 많다 보니 당연히 중간 수수료가 오를 수밖에 없고요. 돈을 보내는 탈북민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겁니다. 일부 중국 상인들과 북한 측 파트너들 사이에 수입 개념이 과거 물품 거래에서 요즘은 송금, 즉 돈거래로 바뀌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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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북한에서 단둥 세관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 온 화교들. / RFA photo


-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시장의 침체로 북한 여성들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요. 코로나19 국면에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김혜영] 제가 신의주에 사는 한 북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자신이 무역 활동을 하면서 돈을 잘 벌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마사지도 받고, 옷도 잘 사 입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는데,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에는 그럴 기회가 크게 줄어든 거죠. 시장 활동으로 돈도 잘 벌고 썼던 사람들이 그러지 못하면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우울한 겁니다. 여성들이 장사도 못 하고, 돈도 못 벌고,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사회적 지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이전에는 여성들이 돈을 잘 버니까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할 수 있었고,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가 있었는데요. 지금은 수입이 급감하면서 여성들의 사회적 욕구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시장 경제가 발달하면서 주로 여성들이 돈을 많이 벌었고 막강한 구매력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여성들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가 어려워지니까 당연히 생각이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코로나19 국면에 가정불화도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직장에 나가도 배급이나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남편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여성도 많다고 하는데요.

[김혜영 씨] 가정불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아내들이 남편에게 불만을 터뜨리거나 심지어 집을 나가고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들었는데요. 남편들이 직장에 나가서 배급이나 돈을 잘 벌지 못하더라도 장사가 잘될 때는 아내들이 돈을 잘 벌었으니까 괜찮았지만, 지금은 여성들도 돈 벌기가 쉽지 않거든요. 생계에 대한 아내들의 스트레스도 엄청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여성들이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집안 살림도 해야 하고, 각종 동원에 나가거나 공출도 부담해야 하니까 삶이 고단해진 아내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해도 북한에서는 좀처럼 이혼이 잘 성립되지 않는 데다, 남편들도 이혼하면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이혼을 안 하려 하는데요. 북한이 이전부터 남성 중심 사회였지만, 요즘은 여성의 역할과 목소리가 더 커진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북한 여성의 지위, 여성이 갖는 잠재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 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북한 무역일꾼 출신인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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