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줄게 돈 다오” 평양시, 배급 수송비 시민에 전가
2022.12.01

앵커: 평양시 각 구역 양정사업소들이 국가가 평양시민 배급용으로 배정한 식량을 현지에서 운반해오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쌀을 담을 포대와 운반에 필요한 자동차, 연유 값까지 모든 경비를 평양시 주민 세대에 부과해 받아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 소식에 밝은 양강도 혜산시의 한 간부 소식통은 11월 30일 “평양시 당국이 각 구역(각 구역당 약 4만 가구)에 국가에서 할당해준 주민 공급용 식량(한달에 약 18킬로그램)을 이달 중으로 전부 운반해올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며 “하지만 탈곡이 늦어지면서 배정받은 알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식량을 운반할 자동차, 연유, 포장 용기 등이 부족해 구역 간부들의 고민이 크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방과 달리 평양시는 매년 가을에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의 주요 곡창지대 협동농장에서 탈곡한 알곡을 시민 배급용으로 넘겨 받는다”며 “국내에서 식량이 정상 배급되는 지역은 평양시가 유일하며 이외 높은 간부들과 군대, 군수공장, 중앙당 산하 기업소 등 일부 중요 공장과 기관들도 배급을 받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전에는 국가가 농민들로부터 수매한 식량을 각 지역에 운반하는 것을 책임졌지만 지금은 각 양정사업소가 자기 지역에 할당된 식량을 농장으로부터 자체로 운반해와야 한다”며 “내부에 꼭 필요한 인원을 제외한 구역양정사업소 종업원 전원이 한 달째 현지에 나가 숙식하면서 식량을 접수하고 포장해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열차를 이용하면 한 번에 많은 식량을 운반할 수 있지만, 국내에 철도 인입선이 없는 지역이 많다”며 “철도가 없는 지역의 식량은 자동차로 실어와야 하는데 구역양정사업소들에 자동차가 두 석 대(보통 4-5톤 트럭) 정도밖에 없으며 연유도, 식량을 담을 마대(포대)도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감염증이 발생하기 전에는 식량 운반에 필요한 연유의 1/3 정도를 나라에서 보장해주었지만 작년부터 100% 자체로 해결하고 있다”며 “대안이 없는 각 구역들이 관내 기관과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자와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서성구역에서는 매 가정세대마다 식량을 운반할 자동차와 연유를 구하는데 필요한 비용 3만원과 알곡을 담을 포대 5개를 무조건 바쳐야 한다”며 “주민들은 식량을 실어와야 배급을 줄 수 있다는 설명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모든 것을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당국과 간부들을 가리켜 ‘나누기 밖에 할 줄 모르는 꼭두각시’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평양 주민뿐 아니라 평양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지방 출신 학생들도 식량 운반에 필요한 돈과 물자를 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 대학에서 공부하는 (우리)아들로부터 대학의 지시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지방 학생 전원이 식량 운반 비용 8만원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대학이 위치한 구역 양정사업소로부터 식량을 공급받는 대학 측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한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과 높은 간부들은 지방과 아래 기관에 언제까지 집행하라고 지시만 내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당국이 사회주의 체제를 강화하라고 매일같이 강조하지만 중앙이 지방을, 위(상부)에서 아래를 도와주는 것과 같은 진정한 사회주의 사업방식은 요즘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