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쿠폰' 암표처럼 팔아 연명하는 평양노인들

서울-안창규 xallsl@rfa.org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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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쿠폰' 암표처럼 팔아 연명하는 평양노인들 지난 2016년 5월7일 북한의 노인들이 평양의 한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AP

앵커: 코로나 사태로 평양을 비롯한 북한 각 지역 노인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시에서도 노인들이 집을 팔거나 맥주표 장사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9일 “3년째 이어지는 악성 전염병(코로나) 사태로 일반 주민도 생활고가 크지만 노인들의 생활 형편은 더욱 말이 아니다”라며 “대부분의 노인들이 용돈이나 부식물 살 돈을 벌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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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4일 북한 원산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북한 남성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AP

 

소식통은 “최근 당국이 전국 노병대회에 참가한 노병들이 양덕 온천에서 휴식하는 모습을 TV에 연일 내보내며 김정은의 사랑과 도덕 의리에 대해 선전하고 있다”며 “악성 전염병 사태로 3년 넘게 봉쇄와 이동통제 등 각종 규제조치가 취해지면서 노인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대동강맥주집 주변에 가면 나이가 많고 건강도 안 좋은 노인들이 맥주표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들은 1000원($0.125) 정도밖에 안 되는 사회보장년금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몇 푼의 돈이라도 벌기 위해 나온 노인들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평양 주민(남성)에게는 6개월 단위로 매달 1리터의 대동강맥주를 두 번 먹을 수 있는 맥주표(유료 쿠폰) 12장이 발급됩니다. 이 표와 1리터의 맥주 값을 내고 결재(제)를 마치면 맥주를 마실 수 있는데 알콜을 좋아하지 않는 주민도 있고, 맥주를 먹자면 줄을 서 기다려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맥주표를 이용하지 않는 주민도 많습니다. 맥주표 장사를 하는 노인들은 재간껏 맥주표를 구입해 결재한 다음 그 표를 맥주를 마시러 오는 주민들에게 되팔아 돈을 법니다.

 

소식통은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들이 맥주표 결재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지팡이를 짚고 줄을 서 기다리고 저녁 늦게까지 표를 파느라 고생하지만 정작 떨어지는 돈은 얼마 안 된다”며 “맥주표 1장당 1500~2000원($0.1875~$0.25)을 주고 구입해 150~200원($0.01875~$0.025)의 맥주 값을 내고 결재한 다음 2500~3000($0.315~$0.375)원에 되파는데 1장에 800원($0.1) 정도 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6개월에 12장을 구입해 장당 800원($0.1) 수입을 보니 6개월간 9600원($1.2) 수입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면서 종일 밖에서 고생하지만 모아둔 돈이 없거나 자식의 부양을 받을 처지가 안되는 노인들은 부식물 비용과 용돈을 벌기위해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며 “이런 처지의 노인들이 수도 평양에도 수없이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7월 초에 중구역에 살고 있던 친구의 부모님이 3칸짜리 집을 팔고 만경대구역의 1칸짜리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며 “친구의 아버지는 노력영웅 호를 받은 공로자로 평양역전 가까이에 있는 영웅아파트에서 살았으나 생계가 어려워지고 자식들도 부모를 부양할 능력이 되지 못하니 견디다 못해 웃돈(두집간 가격 차이에 해당하는 돈)을 받고 작은 집으로 옮겨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친구의 부모님은 아버지가 노력영웅인 관계로 식량 배급도 잘 받았고 다른 노인에 비해 연금도 높지만 부모님이 연로한 데다 어머니가 당뇨병과 기타 질병을 앓으면서 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며 “노력영웅이라고 해도 사회보장년금(정년퇴직급)과 영웅보조금(공로자연금)을 합해 나라에서 주는 돈이 5000원($0.625) 정도로 쌀 1킬로를 살 수 있는 돈 밖에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주민은 같은 날 “요즘은 누구나 장사가 안돼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반 경제난) 시기보다 더 살기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산다”며 “부모를 돌볼 자식이 없거나 장사를 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생활은 정말 비참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60살까지 공장, 기업소에서 일을 하다가 년로보장(정년퇴직)을 받으면 나라에서 주는 사회보장년금이 700~1500원($0.0875~$0.1875)에 불과하다”며 “식량 배급이 없는 지방 시장에서 쌀값이 5000원($0.625)씩 하는데 아무리 노인이라고 해도 1000원($0.125) 정도의 돈을 가지고 어떻게 한 달을 살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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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9일 북한 남성이 평양의 한 백화점 내 한 술집에서 대동강 맥주를 마시고 있다. /AP

  

소식통은 “보잘 것 없는 사회보장년금마저 제때에 주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라면서 “회령뿐 아니라 대부분의 지방에서 노인들에게 주는 사회보장년금이 시장 상인들에게서 거둔 장세로 충당되는데 최근 봉쇄와 이동통제 등으로 시장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데다 장사하러 나오는 주민도 대폭 줄면서 시인민위원회 재정부에 돈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최근 몇 년간 각도에 양로원을 새로 꾸리며 요란하게 선전했지만 아무리 생활이 어렵고 부양할 자식이 없는 노인이라도 양로원에 들어가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다”며 “원칙적으로 양로원에 노동능력을 잃은 돌볼 자식이 없는 노인들과 장애자(장애인)들이 들어가게 되어 있지만 전쟁노병. 공로자, 간부 출신 등 빽이 있는 노인들이 들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아무리 자식이 있어도 날이 갈수록 노인들의 생활이 비참해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라며 “각도에 꾸려진 양로원은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준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주고 주민들에게 선전하기 위한 치장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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