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교생 납북자 가족들 “얼굴 만이라도 보게 해달라”

서울-이정은 leeje@rfa.org
2024.05.24
한국 고교생 납북자 가족들 “얼굴 만이라도 보게 해달라” 줄리 터너(오른쪽) 미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가 24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열린 납치된 고교생 5명의 송환기원비 제막식에 앞서 이민교 학생의 모친 김태옥 씨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한국 통일부가 40여년 전 한국 고등학생들이 납북 당한 현장에 고교생 납북자 송환기원비를 세우고 이들의 송환을 촉구했습니다.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북한에 이들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게 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정은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김영남, 이민교, 최승민, 이명우, 홍건표.

 

40여년 전 당시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피서를 떠났다가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 당한 한국 고등학생 5명의 이름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들이 납치된 장소인 선유도와 홍도에 이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송환기원비를 세우고 24일 이들의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선유도에서 제막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민교 씨의 어머니 김태옥 씨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만나 납치 당한 아들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게 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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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건표 씨의 모친 김순례 씨가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에게 쓴 자필 편지. /통일부 제공

 

김태옥 씨: 거기(북한)서 살아도 만나게만 해줘도 그게 원이야. 거기 가족이 있으니까 안 보내주지. 그러니까 만나게만이런 거 저런 거 다 바라지도 않아. 그러니까 우리 아들 한 번 얼굴만 보고 갔으면 그게 원이야. 그걸 해 주시오.

 

홍건표 씨의 어머니 김순례 씨는 이날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 앞으로 쓴 서한을 공개하고 40여 년을 그리워한 아들의 얼굴을 한 번 보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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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 북한 공작원에 의한 납치된 고교생 5명의 송환기원비 제막식이 24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열리고 있다. /통일부 제공

최승민 씨의 형 최승도 씨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납북된 동생을 다시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의 만날 수 있게 해달라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최승도 씨: 어머니도 병환으로 돌아가셨지만, (동생을) 마지막까지 못 보시고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셨지만 저희 가족의 일원으로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한번 봐서 돌아가신 영혼한테라도 말씀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납북된 한국 고교생 5명 중 김영남 씨는 유일하게 생사 확인이 됐고 지난 2006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한국 내 가족과 만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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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고교생 납북자 송환기원비 제막식에서 발언하는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통일부 제공

 

김 씨의 형수 김옥자 씨는 이날 더는 바랄 것이 없다며 나머지 4명의 고교생 납북자들이 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힘써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터너 특사는 이날 행사 기념사에서 이들 고교생 납북자들을 비롯한 516명의 전후 납북자들 뿐만 아니라 전시 납북자들, 억류자들, 미송환 국군포로들이 즉시 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납북자 가족들에게 답이 주어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제한 없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이에 더해 10만 명에 달하는 전시 납북자들과 억류자들, 미송환 국군포로들이 가족들과 즉각 상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북한의 납치로 피해를 당한 많은 이들이 고령화되고 있어 문제 해결이 더욱 시급하다며 북한이 즉각적으로 인도주의적 조치를 취하고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영호 통일장관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사건 발생 당시 미성년으로 국제법 상 아동이었던 소년들을 납치한 것은 아동인권 침해라고 지적하며 북한에 아동권리협약 당사국으로서 한국 고교생 5명 전원을 송환하고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호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북한의 납치·억류 문제는 한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 피해자가 존재하는 국제적 인권 문제라며 국제사회가 연대해 이를 집중 조명하고 책임 규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장관: 미성년 아동을 포함한 북한의 납치·억류 문제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여러 국적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국제적인 인권 문제입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연대해 북한의 납치 범죄를 집중 조명하고 책임규명을 위한 실질적 조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신화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북한 당국에 고교생 납북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이들이 서로 연락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최성용 전후납북피해자가족연합회 이사장은 이민교 씨와 홍건표 씨의 모친은 살아계신 만큼 이들이 비공식적으로라도 아들들과 상봉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북한 당국에 호소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778월 전북 군산 선유도에서 당시 군산기계공업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김영남 씨를,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당시 평택 태광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이민교 씨와 최승민 씨를 납치한 바 있습니다.

 

이로부터 약 1년 후인 지난 19788월에는 홍도에서 당시 천안농업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명우 씨와 홍건표 씨를 납치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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