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2024 북한인권보고서’ 발간...“한국영화 유포자 공개 처형”

서울- 홍승욱 hongs@rfa.org
2024.06.27
통일부, ‘2024 북한인권보고서’ 발간...“한국영화 유포자 공개 처형” 27일 외신을 대상으로 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선진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장.
/RFA PHOTO

앵커: 한국 정부가 탈북민 심층 면접을 통해 작성한 북한인권보고서를 2년 연속으로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는 한국 영화 등을 유포한 주민을 공개 처형한 북한 내 사례에 대한 증언이 처음으로 담겼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음악과 영화를 지인에게 전했다는 이유로 지난 2022년 황해남도 광산에서 공개 처형된 22살 남성.

 

결혼식에서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거나 신랑이 신부를 업어주는 행위를 모두반동으로 지목한 북한 내 강연 영상.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외부 문화 접촉을 막기 위해 시행한반동사상문화배격법등에 대해 탈북민들이 증언한 것으로, 통일부가 27일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담긴 증언 사례들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여러 탈북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도입해 전방위적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한국 대중문화 유포자를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해 공개 처형했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최초로 수록됐습니다.

 

새로 제정한 법에 반동사상문화 유포 행위를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된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사형 집행에 대한 증언이 실린 것은 처음이라는 설명입니다.

 

김선진 한국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장은 이날 외신을 대상으로 한 기자설명회에서 북한 당국이 특히 청년층을 외부의 정보와 문화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동향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김선진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장: 2020년 북한 당국이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7조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을 시청하거나 유포할 시에 최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정에 따라서 22세 청년이 사형된 사례를 우리 인권 보고서가 담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특히 요즘 북한 젊은 세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상 및 정보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해외 파견 노동자와 강제 북송, 정치범 수용소 문제도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습니다.

 

한 탈북민은 외국에 파견된 북한 인력이 휴식을 보장받지 못한 채 매일 13시간이 넘는 노동에 혹사 당하면서 임금의 7할 이상을 상납하는 등 노예와 같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지난 2019년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경우 새벽 5시까지 일하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불만이 쌓인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단체 행동을 감행했다는 증언도 다수 수집됐습니다.

 

앞서 당시 통일부 장관 특별 보좌역이었던 고영환 통일교육원장이 지난 1월 중국 지린성에서 벌어진 북한 노동자들의 파업 및 폭동 소식을 전하는 등 이들의 단체 행동 사례는 언론에 여러 차례 공개된 바 있습니다.

 

고영환 통일교육원장(지난 1월): 1 11일쯤 중국 지린성에 나와있는 여러 공장에서 파업 형태로 시작했다가 급여를 안 줄 것 같으니까 집기도 부수고 재봉틀도 부수고 하면서 난동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북한인권기록센터에 따르면 파악된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는 폐쇄된 곳까지 합쳐 모두 10곳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외부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악지대에 수용소를 설치하고 반체제 인사와 그 가족을 수용해 가혹한 강제 노동을 시키고 있으며, 수용자들은 공개처형과 비밀처형 등 자의적으로 생명을 박탈당할 위험에 늘 처해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정은이 집권한 뒤 경제적 이유보다는 자유를 찾아 탈북한 이들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인권조사센터는 탈북민들의 진술을 근거로한국 문화를 비롯한 외부정보 유입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차단되면서 북한 접경지역 탈북이 급감하고 해외 주재 엘리트 비중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됩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보고서를 펴낸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통일부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책 형태로 공개됐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