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 기업에 류경호텔 공사 지원 요청”
2024.12.03
앵커: 북한 당국이 최근 러시아 기업들에 류경호텔 공사 재개 지원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차가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선보이겠다며 1987년에 야심차게 착공한 류경호텔.
이집트 오라스콤의 지원으로 2011년에야 겨우 외부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내부 공사는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으로 최근 러시아 기업들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거절당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중국에 파견된 북한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지난달 29일 “중앙에서 류경호텔 완공 공사를 위해 올해 8월부터 러시아의 ‘LSR’ 기업에 협력을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라며 “그 회사 관계자들은 모스크바에 있는 우리(북한) 대사관 간부들의 면담 요청까지 묵살했다”고 밝혔습니다.
평양의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 소식통은 “류경호텔은 내부 공사를 완전히 포기한 상태였는데 올해 7월부터 갑자기 중앙의 간부들 속에서 내부 공사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어 8월부터 러시아의 여러 기업들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협조 요청을 받은 러시아의 여러 기업들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으나 그 중에 ‘LSR’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평양도시설계연구소 간부들로부터 ‘LSR’은 러시아에서 제일 큰 건설 대기업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류경호텔 공사를 곧 재개한다는 얘기는 평양의 일반 시민들도 다 알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면서 “하지만 정작 중앙의 간부들 속에서는 ‘LSR’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러시아의 어떤 기업과도 협력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류경호텔을 기어이 완공하려는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류경호텔은 생전에 김일성과 김정일이 그토록 소원하면서도 끝내 완공하지 못한 건물”이라며 “그런 건물을 김정은이 완공하게 되면 김일성, 김정일을 뛰어 넘는 지도자로 발 돋음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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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평양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일 “러시아와 협력으로 류경호텔을 완공한다는 얘기들이 있지만 실제로 완공하게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며 “얼마 전에도 평양시의 주요 간부회의에서 류경호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달 23일 평양시당이 조직한 주요 간부회의에서 ‘류경호텔이 단순한 물류 창고를 지나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었다”며 “류경호텔 문제로 국가보위성과 백두산건축연구원의 일부 간부들이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검토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류경호텔은 외면상으로는 백두산건축연구원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관리자는 국가보위성”이라며 “류경호텔에는 평양시의 손전화와 일체 무선 전파를 감시하는 국가보위성 15국(전파감시국)의 각종 감시장비들이 설치되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류경호텔의 관리를 맡은 국가보위성의 간부들은 평양시의 일부 기업소들과 외화벌이기관, 개인 장사꾼들로부터 돈을 받고 물자를 위탁 보관해 주었다”며 “그러다 보니 호텔 내부에는 시멘트와 목재를 비롯해 온갖 물자와 쓰레기들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러한 사실은 ‘중앙 도매소’의 한 간부가 중앙당 조직지도부에서 과장직을 맡고 있는 삼촌에게 고발하여 드러나게 되었다”며 “중앙당 조직지도부는 즉각 실태파악에 나섰고, 백두산건축연구원과 국가보위성의 책임이 있는 간부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중앙당 조직지도부는 11월 중으로 류경호텔에 있는 물자들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지시했으나 보관 중인 물자의 양이 많아 아직 채 옮기지 못했다”면서 “내부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면 어차피 류경호텔은 호텔이 아닌 물자 창고로 쓰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