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체류 화교 남편과 통화한 북 여성 간첩죄 처벌

앵커: 평안북도 신의주에 거주한 40대 여성이 최근 국가 기밀 누설죄로 처벌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체류한 화교 남편과 중국 손전화로 연락하며 장마당 물가 정보를 전했다는 이유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남신의주 사이 자리하고 있는 백토리에는 북한 당국이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내국인과 해외국적자를 수감하는 3호 교화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1968년 설립된 백토리 교화소는 강제노동과 열악한 숙식으로 인권이 유린당하는 감금 시설 중 하나입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달 초 신의주에 살던 40대 여성이 백토리 교화소에 노동교화형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여성의 남편은 북한 화교”이며 “지난 3월 중국으로 출국해 현재 심양에 체류하고 있는 남편과 손전화(핸드폰)로 연락하다 지난 7월 초, 국가보위부 감청에 걸려 체포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여성이 소지했던 손전화는 중국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는 중국 손전화로 북한에서는 불법 통화수단으로 수년째 강하게 단속, 처벌해 왔습니다. 2015년 ‘비법(불법)적인 국제통신죄(222조)’를 신설해 ‘국제 통신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 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했고 2020년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36조)에는 다른 나라 손전화기를 보관만 해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노동단련대는 지역에서 발생한 경범죄자들을 교양할 목적으로 지방정부 자체적으로 1~6개월 단위로 지역 주민을 수감하고 강제노동으로 사상단련을 시키는 곳이고 노동교화형은 국가 교화국이 사회범죄자로 선고받은 주민의 공민증을 박탈하고 징역과 무기징역으로 교화시키는 곳입니다. 당원이 노동단련대에 들어가면 출당되지 않지만,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으면 자동적으로 출당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보위부가 여성의 중국 손전화를 검열하던 중 이 여성이 장마당 물가를 중국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통지문 서비스인 위쳇(모바일메신저)으로 남편에게 전달한 것을 발견했고 이를 국가기밀 누설죄로 취조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국가보위부는 이동식 전파탐지기를 들고 국경지역 마을을 수시로 순찰하며 감청하는데 감청에 걸리지 않으려면 통화시간 5분을 초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이 화교의 아내는 남편과 통화시간이 5분을 초과해 감청설비에 걸려 집에서 잡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개월 가까이 지속된 취조에서 화교의 아내는 신의주에서 쌀값과 생필품, 옷값이 너무 올라 구입하기 힘들어, 그 가격을 남편에게 알려주고 남편이 귀국할 때 (중국에서) 사가지고 오라고 연락한 것뿐이라고 항변했으나 보위부는 ‘장마당 물가도 국가기밀’이라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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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30일 “신의주에 살던 화교의 아내가 중국에 있는 남편과 손전화로 연락하며 장마당 물가를 알려준 것이 국가기밀 누설죄로 판결되어 노동교화형을 받았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국가기밀 누설죄’라는 무거운 죄목에 따라 당초 선고된 형량은 10년이었으나 남편이 애를 써 3년 형으로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보위부가 회수한 중국 손전화의 통화 기록에 한국 전화번호가 있었다면 어떤 방법을 동원한다 해도 정치범 수용소에 갔을 것”이라며 “다행히 중국의 남편과만 통화했고 남편과 주고받은 문자 대화에서도 장마당 물가만 문제가 돼, 형량이 낮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 다음으로 많은 화교가 살고 있는 신의주에 화교 아내가 중국에 있는 남편과 연락했다가 감옥에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교들은 남편과 통화한 것이 국가기밀누설 죄냐며 화교들을 잠재적 간첩으로 취급하는 보위부 형태에 불만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탈북한 최철(가명)씨는 “백토리 교화소는 1968년 12월 숙청된 민족보위상 김창봉을 취조할 때 수감했던 감옥으로 북한 내부에 알려져 있다”며 “3천여 명을 수용하는 개천교화소(1호교화소)보다 크지 않지만 (1500~2000명 정도로 추산) 그 안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죽어가는 죄수들이 많다”고 증언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