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고서 대응해 유엔 불참’ 북 외교문서 공개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4.11.15
‘인권보고서 대응해 유엔 불참’ 북 외교문서 공개 15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인권 공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RFA PHOTO

앵커: 북한이 지난해 발표된 북한 인권 특별보고서에 대응해 유엔에서 진행된 관련 토의에 불참할 것을 지시한 내용 등을 담은 외교 문서 12건이 공개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UNHCR)에 제출한 보고서.

 

성범죄와 폭력 등 북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인권 침해 상황을 드러내며 이를 시정하기 위한 11개 권고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유엔에서 진행되는 토의에 불참할 것을 지시했고, 이 같은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담은 외교 문서가 15일 공개됐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에 들어온 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이날 통일부와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가 북한 인권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12건의 외교 문서 전문을 배포했습니다.

 

모두 리 전 참사가 북한 외교관으로 재직하던 2016~2023년 평양 외무성과 주고 받은 것으로, 북한 당국의 인권 관련 대응 지침과 보고 사항을 담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보고서 작성자에 대해 인정, 상종도 하지 않는 일관된 강경 입장을 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어 북한을 지지하고 대변하는 국가를 최대한 늘려 한국 등 반대편을 압도하자는 ‘전술적 의도를 관철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지난해 9월 외무성에서 보낸 전보에선 외교관 주재국 대표를 북한 지지 발언에 내세우는 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리 전 참사는 지난 12일 일부 내용 공개만 요청했던 것과 달리 이날 전문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끔찍한 인권 만행의 배경에 실제로 김정은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정은은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알면서도 뒤에서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측이 최근 열린 제4차 북한 UPR(보편적 정례인권검토)에서 피해자 가족이 원하면 공개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란 설명입니다.

 

리 전 참사는 “북한은 UPR에 참석하는 것을 매우 선호하며 철저히 준비한다면서 일부는 성의를 보이며 받아 들이고, 몇 가지는 배격하면서 대북 인권 공세를 흐리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세습을 유지하려는 차원에서 인권 문제를 활용하려 한다며, 국제무대에서 이뤄진 모든 설전이 빠짐없이 전달될 정도로 인권 공세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리 전 참사는 지난 12일 열린 ‘2024 글로벌 통일대화에서도 토론자로 나서 북한 내 인권 인식이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본질적인 개선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지난 12 ‘2024 글로벌 통일대화’)] 북한 인권문제가 본질적으로 개선됐느냐? 그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공세와 압박을 무마하기 위해 초점을 흐리려는 부분적인 전략에 불과하지, 본질적으로 북한 인권문제가 개선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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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이 15일 열린 '북한인권 공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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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전 참사는 북한의 대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그 사실이 알려져도 주민들은 불안감을 표출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일단 군대에 가면 먼 곳에 배치되기 때문에 그 가족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고, 북한 내 이중·삼중의 감시망으로 인해 불만을 조금이라도 표출하면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식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 고위층 가족들은 파병과 전혀 관련이 없는 만큼, 김 총비서가 최측근을 통해서라도 우회적으로 불만을 전달 받을 가능성조차 없다는 설명입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 북한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의 문제이자 동포애적 사안인 만큼, 여러 정부 기관들이 함께 모여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장관은 지난 북한 UPR에서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의 이름이 직접 언급된 사실을 들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억류자 문제 해결을 처음으로 권고한 것이라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UPR을 통해 재차 확인된 바와 같이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는 여전히 자유권과 사회권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분야별 인권침해 사안들에 대한 지속적인 책임규명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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