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3천명 응원했지만 북 여자축구 올림픽 진출 좌절

워싱턴-자민 앤더슨 andersonj@rfa.org
2024.02.28
조총련 3천명 응원했지만 북 여자축구 올림픽 진출 좌절 빨강색 옷을 맞춰입고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는 총련계 재일교포들
/사진출처: X 계정 @tellmewhy1976

앵커: 북한 여자축구의 파리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경기를 관람한 일본인들은 치열한 분위기 속에, 북한 응원단이 매우 열광적으로 응원했다고 후기를 전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28일 저녁 북한과 일본 여자축구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 경기가 열린 도쿄 국립경기장.

 

찬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이번 경기를 위해 5년 만에 일본을 찾은 북한 선수들과 함께 특히 북한 팀 골대 뒤에 자리 잡은 북한 측 응원단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컵시루코’라는 별명으로 활동하는 일본인 축구팬(X @tellmewhy1976)은 “북한 응원단의 함성 소리가 약 2만 명의 일본 응원단에 뒤지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도쿄에 거주하는 그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3천 명의 북한 응원단은 시종 대합창을 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날 도쿄 경기장에 온 북한 측 응원단은 ‘이겨라 조선!’, ‘공화국의 위용 떨치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인공기를 흔들며 응원했습니다.

 

경기 전 북한의 국가가 흘러나오자 대형 인공기를 들어올리기도 했습니다.

 

북한 측 응원 구역에 자리한 이들은 재일조선인연합회(총련) 계열 재일교포들로, 앞서 총련은 3천400석의 북한 응원 구역 입장권을 확보해 이달 초부터 총련 지부와 단체를 통해서 판매했습니다.

 

컵시루코 씨는 경기장 입장 전 북한 측 응원단은 한 곳의 입구에 모여 표를 배부받았고, 응원단이 들어가는 입구 앞에는 한글이 적힌 작은 야외 점포에서 음식을 팔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필승 조선’이 적힌 붉은 티셔츠를 입고 얼굴에 북한 인공기를 그리고 온 응원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열렬한 응원에도 경기는 일본이 2:1로 승리, 북한 여자축구는 오는 7월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일본이 전반 26분과 후반 31분에 각각 한 골씩 획득했고, 북한은 후반 36분 김혜영이 한 골을 만회했지만 추가 득점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선수들의 경기는 비교적 깨끗했다고 컵시루코 씨는 밝혔습니다.

 

지난 10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남자 축구선수들의 비매너 행동이 큰 이슈가 됐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컵시루코 씨는 “양국 선수들이 심하게 부딪혀 옐로카드를 받은 치열한 순간이 있어 일본 관객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졌지만, 일부러 노린 듯한 플레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과 일본은 다음달에도 맞붙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남자축구 아시아 2차예선을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르는데, 3월 21일에는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이어 26일에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경기할 예정입니다.

 

북한과 일본의 연이은 경기는, 북한이 앞서 일본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장 부부장은 지난 15일 담화를 통해 일본이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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