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심리적‧신체적 문제 연결고리 끊어야”
2024.05.22
한국 통일부 산하 국립통일교육원과 사단법인 북한연구소가 22일 주최한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통일준비와 통일교육’ 학술회의.
발표에 나선 전정희 이화여대 초빙교수는 “탈북민들의 심리적 건강 문제와 신체적 건강 문제는 맞물려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며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전 교수는 이어 적지 않은 탈북민들이 우울, 불안, 죄책감 등 정신‧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이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탈북민들의 정신‧심리적 문제가 어지럼증, 복통 등 신체적 고통으로 표출되는 이른바 ‘신체화’ 수준을 넘어, 심장병, 암 등 중증‧만성질환으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교수는 탈북민들이 겪는 주요 건강 문제로는 “비만, 고혈압, 당뇨 등 많은 양의 식사로 인한 질환, 과거 장마장에서 약을 사먹던 습관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 흡연과 음주, 탈북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에 기인한 정신적‧심리적 문제” 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교수는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진행한 ‘남북생애나눔대화’를 대안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남북생애나눔대화’는 남북 주민이 함께 모여 생애사와 관련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남북통합문화센터 주관 프로그램으로, 옛 동독과 서독 주민들의 화합을 위해 진행된 ‘동서 포럼’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교수는 프로그램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참석한 결과, “남북 주민들의 마음이 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전정희 이화여대 초빙교수: 북한이탈주민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의 상관성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요. 정신적인 문제를 빨리 발견해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심리적으로 큰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한참 들어주니까, 그냥 이야기를 함으로써 치료의 효과가 나타나는 ‘내러티브 치료’의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날 또다른 발표자인 송현진 이화여대 박사는 “‘2023년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5년 미만 거주자는 8.1%에 불과하다”며 “지원 서비스 밖의 탈북민이 대다수인,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997년 제정된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르면 탈북민 보호 및 정착지원 기한은 한국 입국 후 5년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송 박사는 또 “중앙부처, 지방부처, 하나센터 등 각 수준별 업무 역할이 재정립되지 못해, 동일 대상자에게 중복적으로 지원하거나, 의료지원, 생필품 지원과 같은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진행하는 문제 등이 나타난다”고 밝혔습니다.
송 박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령을 기준으로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송 박사는 “연령별 관리지원방식은 탈북민의 고령화 문제에 대처하기에도 적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송 박사는 “보호기간 5년 이후에는 일반 복지체계가 탈북민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책임을 담당하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송현진 이화여대 박사: 연령별 서비스를 해야 된다고 관리 및 지원 방식을 새롭게 제안드립니다. 탈북민의 허리 세대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30대 40대 여성입니다. ‘가정‧여성 + 일자리 + 양육 + 자녀교육 + 의료지원’이 함께 이루어지는 ‘건강한 가정’ 지원사업이 추진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민인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하고 한국 사회 또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더욱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지금은 통일에 대한 생각을 성찰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고 원장은 또 “탈북민은 생활 속 작은 통일을 이루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존재 자체로 특별하다”고 격려했습니다.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 탈북민은 남북을 모두 겪은 경험과 먼저 온 통일로 그 존재 자체로도 특별합니다. 분단과 단절의 벽에 갇혀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통일이라는 희망의 등불을 밝히며 남북을 잇는 가교이기 때문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