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씨 일가 ‘정성작업’ 참여율로 학생 평가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24.06.28
북, 김씨 일가 ‘정성작업’ 참여율로 학생 평가 북한 어린이들이 김일성 벽화 앞 계단을 청소하고 있다.
/AP

앵커: 북한 당국이 김일성-김정일 동상 청소 작업에 참가한 횟수에 따라 학생들의 충성심을 평가하고, 학생 간부 선발과정에서도 평가기준으로 적용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달 초(66) 지방의 모범적인 소년단원들과 청년동맹원들이 대표로 참가한 가운데 평양에서 조선소년단창립 78주년 기념행사가 요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행사 이후 북한에서 정성작업에 참가하는 학생청소년들이 늘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24지난 6일에 있은 조선소년단창립 78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일성-김정일 동상 정성작업에 열성적으로 참가한 평양시 청소년 학생들에게 김일성소년영예상김정일청년영예상이 수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정성작업은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김일성 일가와 관련된 기념비와 사적물들을 청소하는 작업이라며통상적으로 정성작업은 날이 밝기 전인 새벽 5시부터 6시까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저녁 9시부터 10시까지 하루 두 번 진행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일성소년영예상김정일청년영예상수상자들은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후 원하는 곳에서 군사복무를 할 수 있다또 시험을 보지 않고 원하는 대학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고, 대학 졸업 후에도 남보다 우선적으로 간부 자리에 등용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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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27주기인 지난 2021년 7월 8일 근로자들, 인민군 장병, 학생들이 평양의 만수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

 

소식통은 소년단창립 78주년 기념행사에 대표로 참가했던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김일성-김정일 동상 정성작업에 참가하기 시작했다면서 이후 소년단창립 기념행사 소식이 들려 오면서 학생 청소년들이 너도나도 정성작업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정성작업에 참가하는 인원을 놓고 학교와 학교 사이에 열띤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정성작업에 필요한 도구들도 경쟁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교육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26중앙의 지시에 따라 10, 양강도당 교육부가 시, 군 청년동맹 및 교육부문 간부회의를 조직했다회의에서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정성작업에 참가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문제가 토의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학생청소년들이 정성작업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를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다교육부문과 청년동맹에서 충성심이 높은 학생들을 특별히 내세워주지 않아 학생들의 충성도가 낮아졌다는 것이 중앙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앞으로 학생 간부 선발기준과 학생 평가기준,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들의 우선권을 정성작업에 참가한 횟수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중앙의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김일성-김정일 동상 정성작업을 놓고 학생들의 충성심을 판단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당시에는 어린 학생들과 대학생들, 사회에 갓 진출한 청년들과 주민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정성작업에 참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식량배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던 1980년대 후반부터 정성작업에 참가하는 인원이 점점 줄기 시작하더니 고난의 행군이후 주민들은 정성작업을 완전히 외면하게 되었다오히려 정성작업에 참가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볼 정도였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들어 학생청소년들이 정성작업에 적극적이라고 하나 그들의 행동이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는 것이 주민들의 하나 같은 평가라면서 자기 앞에 차려지는 이익에 목매어 어쩔 수 없이 정성작업에 참가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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