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헌법재판소,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

서울-이정은 leeje@rfa.org
2023.09.26
한국 헌법재판소,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 북한인권단체들이 26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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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고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선고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26일 북한으로의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조항,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 탈북민 단체들이 지난 202012월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지 약 29개월 만입니다.

 

한국 헌법재판소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7명은 대북전단금지법이 제한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과 내부의 정보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는 북한의 특성 상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표현의 내용이 상당히 포괄적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광범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국민의 생명·신체에 발생할 수 있는 위해나 심각한 위험은 북한의 도발로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 2명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방법만을 제한할 뿐 표현의 내용에 대해선 제한하지 않고 있다며 기자회견, 탈북민들과의 만남 등 전단 살포 외의 다른 방법을 통해 충분히 견해를 표명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또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침해 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조항은 즉시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헌법소원 제기를 주도한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은 이날 결정 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금지법은 국제인권규범과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한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이었다고 지적하며 헌재의 위헌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 대북전단금지법은 사전 검열 금지 원칙,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국제인권규범과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대한민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 권리, 정보 접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 법률이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도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하면서도 만장일치가 아닌 재판관 9명 중 7명의 위헌 의견으로 인한 결정이었다는 점, 재판부가 한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알 권리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 일부 단체들은 같은 장소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관계 파탄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말하며 헌재의 이번 결정을 규탄했습니다.

 

지난 202012월 제정된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을 향해 전단 등 살포를 통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그 미수범도 처벌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에디터 목용재,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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