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금지법은 미 ‘북한인권법’에 배치”
2024.08.19
앵커: 지난해 한국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은 대북전단금지법이 미국의 ‘북한인권법’ 등 국제 정치계가 취하고 있는 입장과도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와 사단법인 한국헌법학회 주최로 19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대북전단의 쟁점과 올바른 입법 방향’ 토론회.
류지성 한국법제연구원 통일법제팀장은 이 자리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국제정치적 시각에서 봤을 때, 미국 ‘북한인권법’에서 규정하는 북한 주민에 대한 자유로운 정보 유입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으로의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조항,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은 지난 2023년 9월 한국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은 상황입니다.
류 팀장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전반적으로 타당한 결정이었다”며 “한국 법은 남북관계 및 통일정책이 받는 국제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권 문제는 국제법상 이른바 ‘내정불간섭 원칙’이 통용되지 않는 예외 사항이라는 점에서 볼 때, 헌법 국가를 표방하는 한국 법질서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은)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류지성 한국법제연구원 통일법제팀장: 국제 정치, 미국의 북한 인권법과 배치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남북관계발전법이 국내법이기 때문에 우리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서 입법할 수 있겠습니다만, 헌법 국가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법질서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조항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다른 토론자인 이승열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한국 정부가 행정적 차원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쉽게 규제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이를 북한 인권 문제로 인식하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입장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입법조사관은 “미국 의회는 ‘북한인권법’을 통해 미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에게 최신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외부 정보 제공 노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입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상·하원은 2004년 9~10월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2018년 4~6월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대북 라디오 방송, 휴대용 저장장치(USB),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들을 적극 활용해 북한으로 자유롭게 정보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어 토론에 나선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부 교수도 “대북전단을 통해 폐쇄적인 북한 독재체제, 참혹한 인권 유린의 실체를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줘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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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정치권에서는 대북전단 살포를 ‘신고제’, ‘허가제’를 통해 통제해야 한다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습니다.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강, 윤후덕 의원 등이 각각 제출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상정했는데, 해당 법안들은 대북전단 살포 시 사전신고를 하거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한편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등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재강 의원 발의안은 전단을 살포하기 전 ‘관할 경찰서장’ 등에게 사전 신고하고, 국민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전단살포 금지 통보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윤후덕 의원 발의안은 국회 추천을 받은 접경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 ‘접경지역주민안전보장위원회’를 신설하고 전단 살포 전 해당 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습니다.
대북전단에 대해 ‘신고제’, ‘허가제’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관련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홍석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한 헌법 조항에 비추어 볼 때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허가제로 규율하는 것은 헌법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언론이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했고, 제2항은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홍석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전에 허가를 받아서 통일부든 국방부든 행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대북 전단 등을 살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부분은 우리 헌법 제21조 제2항, 허가나 검열을 금지한 조항과 충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에디터 홍승욱,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