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엔에 서한 보내 북송 탈북민·억류 선교사 구금 부인
2024.08.19
앵커: 북한이 강제북송된 탈북민과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들에 대한 자의적 구금 사건에 대해 “반북 인권 공작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한국의 인권단체가 보낸 서한에 대한 답변입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지난 5월과 7월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 자의적구금실무그룹) 사무국을 통해 전달한 서한에 대해 북한이 이달 12일 답변을 보냈습니다.
방광혁 주 제네바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의 이름으로 작성된 한 장 짜리 공식 답변서입니다.
답변서 상단에는 북한의 공식 국장(엠블럼)과 함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제네바유엔사무국 및 국제기구주재 상설대표부’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방광혁 차석대사는 “언급된 모든 혐의들이 반북 ‘인권’ 공작의 일환(stereotyped anti-DPRK “human rights” racket)”이라며 북한의 자의적 구금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의 존엄한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주권 국가의 사법 관할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책동”이라며 비난했습니다.
이어 유엔 자의적구금실무그룹에 숨겨진 악의적인 동기를 간파하고, 허위 정보와 추측을 바탕으로 북한과 관련된 문제를 연결하려는 적대세력의 악의적인 시도에 대해 공정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방 차석대사는 지난 3월 유엔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제55차 인권이사회에서도 "북한에 대한 망상에 기반한 모든 보고서와 토론을 거부한다"며 북한의 인권 침해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어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방 차석대사에게 자유아시아방송(RFA) 취재진이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의 상황에 대해 질문했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현장을 떠났습니다.
취재진: 지금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은 어떤 상황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지금 그 600명 탈북민 어디에 있는 상황인가요?
방 차석대사: …
취재진: 탈북민들이 지금 계속해서 강제북송의 피해에 대해 증언하고 있는데 그 모든 사실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탈북민들 증언은 들어보셨나요?
방 차석대사: …
이처럼 북한은 자의적 구금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에 ‘적대 세력의 악의적인 시도’라고 반발할 뿐,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는 일관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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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19일 RFA에 “북한이 두 가지 별개의 사건을 하나로 합쳐서 답변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각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은 무성의한 답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단체가 지난 16일 북한에 이를 지적하는 추가 답변을 전달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절차는 마무리됐습니다.
유엔 자의적구금실무그룹은 다음 주와 올해 11월 열릴 회기에서 두 사안을 각각 논의 후 결정문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자의적구금실무그룹이 지난 10월 강제북송된 것으로 알려진 탈북민 김철옥 씨와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가 북한에 의해 자의적 구금이 된 상태라는 판단을 내린다면, 북한 당국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신 법률분석관은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 정부, 시민사회 단체들이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선교사들의 석방과 탈북민 강제 송환 정책의 재검토 등 북한과 중국의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희석 법률 분석관: 계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서 북한과 중국 정부도 어느 정도 정치적인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고, 또 이걸 통해서 정책 변화가 이뤄지도록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교사분들은 북한이 이 세 분을 재석방, 송환하도록 해야 하고, 김철옥 씨는 현재 연락이 아예 안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 북한 정부가 입장을 밝히도록 해야 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