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빌려줄 게 돈 좀 줘” 북 농장, 개인에 손 내밀어
2023.05.24
앵커: 최근 모내기가 한창인 북한 농장이 농기계를 가동할 연료 등이 부족해 놀고 있는 땅(비경지)을 개인에게 임대해 돈을 받아 영농자재 해결에 나섰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농장토지에는 경지와 비경지가 있습니다. 농작물 생산이 국가계획으로 부여되는 토지가 경지라면, 농장토지로 등록되어 있지만 산성화로 인해 농작물 생산이 국가계획으로 부여되지 않는 토지를 비경지라고 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25일 “이달 초 은산군 수양리 협동농장에서 개인 돈주들에게 땅(비경지)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모내기를 제철에 끝내기 위해서는 갈아엎은 논밭에 제때에 물을 대고 써레질을 선행해야 하는 데, 그러자면 양수기와 트랙터 등 농기계를 정비할 부품 해결이 우선입니다.
특히 모 이양기와 트랙터 가동에 필요한 연료가 필수지만 북한 당국은 농장 스스로 해결하도록 강구하고 있어 농장간부들이 비경지 임대로 영농자재 해결에 나섰다는 얘깁니다.
“농장에서 개인에게 비경지를 임대하는 기간은 1년, 임대 비용은 1정보(3천평)에 200달러 정도”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은산군 수양리 협동농장 토지는 400정보이지만 실제 경지는 350정보로 알려졌습니다. 50정보의 비경지가 개인 돈주에게 임대된 것입니다.
소식통은 이어 “농장 입장에서는 개인에게 고리대자금을 돌리는 것보다 놀고 있는 (비경지)땅을 개인에게 임대해 영농자금을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해마다 북한 농경지는 국토를 관리하는 토지과로부터 토질 판정을 받습니다. 1정보당 1톤의 알곡이 생산되지 않으면 비경지로 판정하고 어떤 작물도 심지 않도록 조치한 후 산성화된 토지를 수 년 간 묵혔다가 토질이 좋아지면 다시 경지로 이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같은 날 함경남도의 농업 관계자는 “정평군에서도 개인에게 비경지를 임대해주고 영농자금을 해결해 농기계 부품과 연료 등을 구입해 모내기를 다그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1990년대 경제난 이후 국가에서 공급하던 영농자재가 중단되면서 북한의 농장들은 자금·자재난으로 경지에서의 알곡 재배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일부 농장간부들이 비경지를 몰래 개인에게 임대해 영농자금을 해결해왔지만 비경지 거래는 불법으로 통제되어 암거래이거나 그 범위도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농장간부들이 개인 돈주를 찾아가 땅을 눅게 빌려주겠으니 돈을 좀 달라고 (대놓고) 말한다”며 “임대 범위도 한 사람에게 보통 5정보”라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상기후에 대비해 올해는 이달 말까지 모내기를 끝내라는 중앙의 지시가 하달되었지만 국가에서는 영농자재를 공급하지 못하다 보니 농장 스스로 비경지 거래로 영농자재를 해결하는 것을 당국이 눈감아주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협동농장의 비경지를 임대한 개인 돈주들은 거름과 비료를 줘 산성화된 땅을 토질을 바꾼 뒤 수박과 땅콩 등 고수익 작물을 재배해 도시에 자리한 고급 식당과 장마당에 판매해 돈벌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