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 이사 12명 없어도 북인권재단 출범 가능 시사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24.10.22
한국 법원, 이사 12명 없어도 북인권재단 출범 가능 시사 사단법인 북한인권,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 단체들이 22일 한국 국회 앞에서 281차 화요집회를 열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 제공

앵커: 한국의 법원이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에 12명에 대한 이사 추천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놨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북한인권재단 출범 작업이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이 지난 2022 12월 한국 여당 몫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후보 5명을 통일부에 추천하지 않은 국회사무총장과 이사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의 행위가 위법인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 판결에서 1심 판결 일부가 뒤집어졌습니다.

 

앞서 지난해 12 1심은 국회사무총장 및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해당 소송을 각하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의 지난 17일 항소심은 국회사무총장이 여당 몫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5명을 통일부에 추천하지 않은 점을 위법하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한 1심 판결은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항소심 판결문에서 주목되는 점은 서울고등법원이 북한인권재단 출범 조건과 관련해 내놓은 해석입니다.

 

기존에는 여당과 야당이 추천한 10명과 한국 정부 추천 2명 등 12명에 대한 추천이 완료돼야 재단 출범이 가능한 것으로 인식돼 왔지만 이와는 다른 해석이 나온 것입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북한인권법은) 재단 설립에 필요한 이사의 인원수나 임명 시기, 교섭단체가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경우의 절차 등에 대해 아무런 내용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문언 상으로는 각 교섭단체의 이사 추천이 동시에 일괄하여 이뤄져야 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북한인권재단 이사에 야당 교섭단체에서 추천한 인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으며, 통일부 장관이 추천한 인사 2명과 여당 교섭단체가 추천한 인사 5명 등 7명으로 임원진을 구성하여 재단을 설립, 운영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북한인권법 제12조에는 재단 이사 임명에 대해 이사장 1명을 포함한 12명 이내의 이사를 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지난 17일 이 같은 판결문을 받은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더불어민주당의 이사 추천 없이도 재단을 출범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 그게 아주 중요한 거에요.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5명을 추천하지 않으니까 국민의힘에서 추천한 5명만 통일부 장관에게 추천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 전제는 (재단 이사가) 12명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 또는 여야가 골고루 인사를 추천해야 한다는 것인데, 법원은 그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에서 (추천)했으면 일단 통일부 장관에게 추천하라는 그런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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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북한인권 김태훈 이사장이 지난해 9월 북한인권재단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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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사단법인 북한인권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은 22일 한국 국회 앞에서 제281차 화요집회를 개최하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북한인권법이 국회 교섭단체로 하여금 국회의장에게 이사를 추천하고 국회의장은 통일부 장관에게 해당 인사를 이사로 추천토록 한 것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등을 반영한 북한인권법의 목적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참석자들은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의 이사 추천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국가적 책무인 재단의 설립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이라며 재단을 설립, 운영하는 것은 평화 통일의 사명에 입각해 민족 단결을 공고히 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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