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강제실종범죄 처벌 공백 없도록 법 규정해야”
2024.07.29
앵커: 한국의 인권단체는 북한의 강제실종 범죄가 ‘남북 특수관계’라는 해석을 통해 처벌을 못 받는 일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촘촘히 한국 국내법을 규정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등의 인권 상황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민간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29일 한국 법무부에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 제1차 국가보고서 사전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의견서는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외 물망초, THINK가 공동 제출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법무부에 보낸 사전 의견서에서 “국내법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지만 국제법상 ‘북한’은 국가”라며 “국내법상 국가가 아닌 ‘북한’으로 사람을 추방, 송환, 인계 또는 인도하는 경우도 강제송환금지 원칙이 적용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2019년 11월 (강제북송된 탈북어민) 우범선, 김현욱 북송은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위반했으며 당시 한국이 협약 당사국이었다면 협약 제16조 제1항의 원칙도 위반했을 것”이라며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강제실종방지협약 제16조 제1항을 국내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제실종방지협약 제16조 제1항은 “어떠한 당사국도 강제실종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국가로 사람을 추방, 송환, 인계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과의 관계가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해석을 통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북한 같은 경우는 국내법상 국가로 보지 않으니까 그런 해석을 따르면 북한이라는 국가가 하는 강제실종 행위는 강제실종에 해당이 안 되잖아요. 그러면 좀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처벌 규정을 만들면서 북한이 포함되는 방향으로 규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의견서에서 공소시효와 관련해서는 “강제실종 범죄 심각성을 감안해 공소시효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또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강제실종 범죄 공소시효는 실종된 피해자의 생사와 소재가 모두 확인된 시점부터 가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희석 법률분석관의 말입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강제실종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끝나는 게 아니고 생사와 소재가 불명확한 상태로 있으면 강제실종은 계속되는 것이거든요. 형사상 공소시효 같은 경우에는 강제실종이 굉장히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폐지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제실종방지협약은 유엔 9대 핵심 인권규약 중 하나로 한국의 경우 지난해 2월 발효됐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협약 이행과 관련된 국내법은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태로, 강제실종방지협약의 이행 법안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지난 5월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습니다.
자동 폐기 전 국회 법사위 소위까지는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멸시효와 관련해 ‘피해자의 생존 여부 및 소재가 모두 확인된 시점 중 가장 늦은 시점까지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담은 대안이 여야 합의로 마련된 바 있습니다.
또 당시 대안은 강제실종의 범죄 행위자와 관련해서는 ‘국가기관 또는 국가(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를 포함)의 허가 지원 또는 묵인 아래 행동하는 개인이나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으로 규정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자동 폐기된 대안 내용을 토대로 이행 법안을 재발의했으며,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 제1차 국가보고서를 내년 2월 유엔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한국 법무부 관계자는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현재 제1차 국가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있는 중”이며 “향후 공청회, 간담회 개최를 통해 시민단체, 학회 등 의견 청취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