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병역의무이행 도와야”
2024.10.07
앵커: 중국 등 제3국에서 출생한 탈북민 자녀들의 안정적인 군 복무를 위해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과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 주최로 7일 국회에서 열린 ‘제3국 출생 북한이탈주민 자녀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세미나’.
발제에 나선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가 한국 국민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개인 정체성 확립 등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강 교수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먼저 미숙한 언어와 정체성 혼란입니다. 강 교수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은 언어 미숙, 정체성 혼란 등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병역 입영 통지를 받는 순간부터 불안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강 교수는 본인이 원할 경우 군 복무를 면제 받을 수 있는 탈북민과 다른 법적 처우를 받는 데에서 오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의 박탈감도 들었습니다.
한국 병역법 제64조 제1항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 즉 탈북민은 본인이 원할 경우 병역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의 안정적 병역 적응을 도울 대안들을 제시했습니다.
강 교수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의 입국 시기부터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정체성 및 국가관 확립을 위해 현대사 교육을 강화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특히 강 교수는 많은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이 중국어에 능통하다는 사실에 주목해, 이들이 하나원, 지역 하나센터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중국어를 활용하는 업무를 수행하며 공익근무를 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인들이 나라와 민족, 국가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자존감의 향상과 더불어 군 복무를 명확하게 끝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이중언어 사용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장려해서 이들이 할 수 있는 대체복무 업무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강 교수는 병역 면제의 선택권이 있는 탈북민들에 비해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인식이 일부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에게 있는 현상과 관련해서는, 중학교 입학 연령 전 입국해 한국에서 초중학교 의무교육을 받은 경우 등에는 탈북민들도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도록 병역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차동길 물망초 전쟁범죄조사위원장도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기에 특별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차 위원장은 또 “전시상황을 고려할 시에도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의 소통 제한 등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문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차 위원장은 민관 주도의 한국어 집중 교육과정 개설 등을 통해 군 입대 전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이 최소한의 한국어 능력을 구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차동길 물망초 전쟁범죄조사위원장] 정부나 또는 민간단체에서 이들이 군 입대 전 한국어에 대한 집중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한편으로 차 위원장은 국방부, 병무청이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의 정보를 따로 관리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이들에 대한 병역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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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 교육부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에 따르면 2023년 4월 기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탈북민 자녀 1,769명 중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은 1,257명으로 71.1%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탈북민 자녀 중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의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 ‘북한이탈주민이 날’ 기념식에서 “북한 출생 자녀뿐 아니라 제3국 출생, 국내에서 태어난 자녀를 위한 양육, 교육 지원도 제도화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