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머나먼 북중국경 주민에도 ‘대북풍선’ 신고 지시
2024.08.12
앵커 : 대북풍선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온 북한 당국이 이젠 풍선이 도달하기 어려운 북중국경지역 주민들에게까지 풍선 신고를 지시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 남한에서 탈북민들이 보낸 대북 풍선과 그 내용물이 담긴 영상을 주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위험한 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북 풍선을 발견 즉시 당국에 신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0일 “이달 들어 당에서 남한의 탈북민들이 보낸 풍선에 대한 주의보를 내렸다”면서 “남한에서 날아온 물품은 일체 손으로 만지지 말고 바로 신고하라는 지시였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같은 지시 사항은 주민들을 모아 놓고 1시간 정도 진행한 영상 강연회를 통해 전달됐으며 당국이 강연회에서 공개한 영상은 ‘적들의 심리모략책동을 단호히 짓부시자’라는 제목이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영상에는 “남한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 풍선이 나무에 걸려있는 장면과 그리고 산에 떨어진 물체를 군견이 찾아내고 불을 질러 태우는 장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영상에서 “해상경비군인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바다에서 건져낸 것으로 보이는 흰 자루를 뜯자 그 안에 입쌀(흰쌀)이 들어 있었다”면서 “자루 속에는 쌀과 함께 씨디알(CD)과 USB, 소형 라디오가 여러 개 쏟아져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영상 속 해설자는 ‘남조선에서 풍선으로 날려 보낸 종이나 물품은 모두 적지(한국)에서 온 것”이라며 “적지 물자는 절대로 손을 대지 말고 우선 해당 사법 기관에 신고부터 할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강연회를 들은 주민들은 “‘누가 할 일이 없어서 남조선 물품을 봤다고 찾아다니며 신고하겠냐’, ‘못 본 척하면 그만’이라는 분위기였다”면서 “반면에 일부에서는 좋은 물품이면 슬그머니 가져다 쓰면 누가 알겠냐는 반응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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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1일 “최근 괴뢰 한국의 삐라를 습득하지 말데 대한 회의가 있었다”면서 “국경 연선에서 남조선 삐라를 줍지 말라는 주민 회의를 소집하기는 처음”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현지 주민 음성 : 법관들이 선전포고 해가지고 줍지 말라, 신소하라, 떨어지면 손대지 말고 법에 알리라…]
소식통은 “지금까지 남한에서 삐라(전단)가 날려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그런데 당에서 남조선 삐라를 수거하는 영상을 보여줘서 처음으로 삐라도 보고, 쌀이나 다양한 물품이 함께 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삐라를 수거하는 간부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도 마음속으로는 남조선에서 오는 물건을 줍고 싶어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지 주민 음성 : (나도 하나 줍게) 내가 사는 동네에도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보내면 좋아요. 인민들이 좋아하면 되는 것이죠. ]
소식통은 특히 당국이 남한에서 오는 삐라를 신고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적들이 풍선을 통해 생명에 위험한 물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당국의 이 같은 지시에 일부 주민들은 ‘보지 못해 줍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먹을 것과 입을 것, 생필품을 보면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마다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