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건설현장서 북 남성 2만여 달러 도난 뒤 되찾아

워싱턴-조진우, 김지은 choj@rfa.org
2024.08.29
러 건설현장서 북 남성 2만여 달러 도난 뒤 되찾아 러시아 이르쿠츠크 경찰이 북한 남성의 돈을 훔친 러시아 남성을 구금하고 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지역 내무부

앵커: 러시아 이르쿠츠크 시내 건설현장서 북한 남성이 거액의 현금을 도난당했다가 되찾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지역 내무부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국적의 72세 남성이 도난당한 미화 2만 달러와 34만 루블(미화 3811달러)을 되찾아 줬다고 밝혔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현금을 도난당했다는 남성의 신고를 받고 몇 시간 만에 범인을 체포했습니다.

 

이미 유사한 범죄 전과가 있는 33세의 러시안 남성은 공사 현장에 침입해 가방에서 현금을 훔친 혐의로 구금됐습니다.

북한 남성 현금 도난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이르쿠츠크 지역 내무부가 공개한 동영상.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러시안 남성에 이어 거액의 현금을 도난당했다가 되찾은 북한 남성이 경찰에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지역 내무부 


이날 보도자료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범인은 자신의 죄를 인정했습니다.

 

범인: 2024 822, 저는 건설 현장에서 210만 루블의 현금을 훔쳤습니다. 저는 한 작업자가 공사 현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가 공사장을 지나 새로 지어진 건물로 들어갔고, 순간 바닥에 있는 가방을 봤습니다. 가방을 열어 손을 집어넣으니 돈뭉치가 있어 그것을 가져갔습니다. 그 후 경찰이 저를 체포했습니다.

 

경찰의 도움으로 거액의 현금을 되찾은 북한 남성은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북한 남성: 어제 오전 10시에 돈을 잃어 먹었는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그 큰돈을 찾아줬기 때문에 대단히 감사의 뜻을 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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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절도 피해자인 북한 남성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건설 노동자와 어떤 관계인지는 자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북한 국적자로 건설 현장에서 현금 뭉치를 보관하고 있다가 절도범의 표적인 된 점으로 미뤄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외화벌이 일꾼 중 하나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러시아 노동자 출신 탈북민들은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서 루블로 공사대금을 받은 후 달러로 바꿔 현금으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루블은 환율 변동이 심해서 달러를 더 안전한 자산으로 여긴다는 설명입니다.

 

러시아에서 노동자로 일했던 탈북민 폴 한씨는 29일 자유아시방송(RFA)과거에도 현금을 도난당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폴 한씨: 우리처럼 벌목하는 사람들끼리도 뭐 자기 거처지가 있거든요. 지붕 위에다 어디다 해서 돈을 가지고 비밀 주머니에 싸가지고 감췄는데 일 갔다 오니까 없어지고, 이렇게 해서 도난당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런 사람들은 다시 찾지도 못하죠.

 

아울러 그는 “이번에 현금을 잃어버린 사람은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는 작업조장인 것으로 보인다과거에도 2만 달러 정도는 노동자 5~6명만 있으면 한 달도 안 돼서 벌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엔 제재로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이 금지된 상황에서 자신의 신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돈을 되찾은 것이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서 회원국들의 북한 노동자에 대한 고용 허가를 금지했으며, 이어 채택된 2397호에서 해외 북한 노동자들을 2019 1222일까지 모두 송환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를 역임한 리정호 KPDC(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29RFA와의 통화에서 북한 노동자 입장에서는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신고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 대표: 북한 노동자 입장은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는 합법으로 일한다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왜냐하면, 자기는 러시아에 파견돼 왔고, 또 러시아에서 자기에게 직업을 줬으니까.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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