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를 휩쓴 ‘된장 사건’ 내막
2024.09.06
앵커: 북한 양강도의 군인들과 건설자들이 8월 한 달 동안 된장을 공급받지 못해 소금만으로 간이 된 반찬과 국으로 버텼는데 이를 뒤늦게 파악한 당국이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요즘 양강도의 간부 사회가 때아닌 된장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며 “중앙에서 된장 사건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양강도의 당, 행정, 군 지휘관들과 보위부 간부들에게 강력한 사상투쟁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를 휩쓴 된장 사건은 지난 8월 한달 동안 혜산기초식품공장에서 원료인 강냉이를 공급받지 못해 된장을 생산하지 못한 사건”이라며 “이로 하여 양강도에 주둔하는 인민군 10군단과 국경경비대 25여단, 김형직군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동원된 군인들과 돌격대원들, 압록강 수해복구에 동원된 대학생들과 당원돌격대원들이 8월 한달 동안 소금만으로 버텨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양강도에서 된장을 생산하는 공장은 혜산기초식품공장과 삼지연식료공장 뿐”이라며 “혜산기초식품공장은 양강도 주둔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에게 된장을 공급하고 삼지연 식료공장은 삼지연시에 주둔하고 있는 호위사령부 부대들과 건설자들에게 된장을 공급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과 지방의 식료품 생산기지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원료 부족으로 간장이나 다른 조미료들을 만들지 못하고 된장 한가지만 생산하고 있다”며 “따라서 군부대와 돌격대, 기숙사생들을 위한 대학 식당에도 조미료로 된장과 소금만 공급돼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된장 원료인 강냉이는 내각 수매양정성에서 보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난 7월 말에 내린 폭우로 양강도의 철길들이 크게 파손돼 강냉이의 공급이 지연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철길이 완전 복구된 8월 15일 이후에도 철도성에서 화물차량을 배분해 주지 않아 7월말에 도착해야 할 강냉이가 8월말에나 도착하게 되었다”며 “문제는 8월 한달 동안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이 된장이 없어 소금만 먹고 있다는 사실이 어디에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된장이 없어 8월 한달 내내 순수 소금국과 소금을 넣은 반찬만 먹어야 했던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의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럼에도 이런 불만이 상급 조직에 보고되지 않았고, 보고가 안되다 보니 상급 조직 간부들은 실상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이 된장이 없어 소금만 먹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8월 28일, 청년절을 맞으며 지방공업공장 건설 현장을 돌아보던 10군단 정치위원에 의해 중앙에 보고되었다”며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중앙에서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사건을 엄중히 다룰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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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간부 소식통도 5일 “양강도의 된장 사건이 간부 사회의 한심한 기강해이 문제로 떠올랐다”며 “기강해이 문제를 놓고 전국적으로 사상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된장이 공급되지 않아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의 식생활의 질이 떨어졌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며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의 불만이 크게 쌓여가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가적인 사정으로 된장 원료가 공급되지 않았다고 해도 전시예비물자를 비롯해 양강도에는 된장 원료를 대체할 양곡이 충분했다”며 “그러나 관련 실태가 제대로 보고되지 않다 보니 상부 조직에서 마땅한 대책을 세울 수 없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군부대와 돌격대를 비롯해 집단생활을 하는 조직에는 어디나 정치 간부와 행정 간부, 당과 근로단체 간부들이 있고, 개인 동향을 추적하는 보위부의 감시망이 있다”며 “거미줄 같은 감시망이 겹겹이 포개져 있음에도 불만 요소를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중앙에선 이번 된장 사건을 간부 사회의 중대한 기강 해이로 질타하는데 정작 양강도의 간부들은 이를 기강해이가 아닌 사회경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이 양강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어느 한 두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간부들은 조금만 헛눈을 팔면 목이 날아나는데 기강이 해이 된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며 “오직 김정은의 기분을 맞추는 데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집중되다 보니 사회가 경직돼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양강도 된장 사건의 본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본질부터 제대로 꿰뚫어야 하는데 이번 된장 사건이 보여주듯이 중앙에선 문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사상투쟁회의를 아무리 조직해도 문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이상 이번과 같은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