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인의 날’ 행사 북 노인들 “배고파 혼났다”
2024.10.02
앵커: 북한 당국이 전국 양로원에서 국제노인의 날(10.1) 기념 정치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최고지도자의 인민애를 선전하는 행사에 동원된 노인들의 불만이 높았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어제 아침부터 정주 요양원에서는 먹지 못해 삐쩍 마른 노인들을 앉혀놓고 국제노인의 날 기념 정치행사가 종일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정치행사는 시 여맹조직에서 준비한 축하공연과 시 낭송으로 최고지도자의 인민애를 선전하는 내용으로 오후 1시까지 진행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점심시간 지나도록 행사장에 앉아 있는 노인들 속에서 배가 고파 기운이 빠져 의자에서 넘어지는 노인이 나오자 행사 조직자가 급히 단물 하나씩 주고 행사장에서 일어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정주시 여맹조직에서 준비한 축하공연단의 일원으로 요양원에 갔다가 이와 같은 모습을 목격했다"면서 "오전 행사가 끝나고 여맹에서 준비한 밥과 국을 노인들에게 주는데 ‘배고파 혼났다’고 말하는 노인들이 많아 마음이 아팠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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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은산군 요양원에서도 국제노인의 날을 맞아 지난달 30일과 1일 이틀 간 정치행사가 진행되었다”며 “김정은 원수님의 배려로 우리나라 노인들은 문화정서생활로 행복하게 산다는 선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국제노인의 날 기념 행사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 전쟁노병들과 공장에서 퇴직한 연로한 공로자들을 양로원에 집합시켜 진행한다”며 “이날 당국은 노인들에게 옥수수 국수 한 그릇과 간식을 대접하는데, 옥수수 국수에 고기 두 점 오른 것이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당국은 양로원 공터에 확성기를 틀어 놓고 여맹예술선전대가 춤을 추는 사이 사이로 노인들을 배치하고 함께 춤을 추도록 하고 있다”며 “마지 못해 움직이며 춤을 추는 노인들은 30분도 못 추고 맥이 없어 나오는 비참한 모습”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그런데도 당국은 (김정은의) 하늘같은 은혜로 우리나라 노인들은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며 “당의 은덕에 고마워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춤 추는 모습을 텔레비죤과 노동신문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