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북중 무역 감시에 초소형 카메라 동원
2024.06.27
앵커: 북한 당국이 북중 간 무역을 감시하는 보위원들과 세관원들의 몸에 극소형 카메라를 부착시켜 뇌물수수 등 부정한 활동을 막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중 무역이 활발하던 2019년까지 북한 양강도 혜산세관의 직원들과 혜산세관의 감시를 담당했던 양강도 보위국 보위원들은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누려왔습니다. 세관을 통과하는 무역 화물을 단속하면서 막대한 뇌물을 받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북중 교류가 차단되자 세관 직원들과 세관 감시를 담당했던 보위원들은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고 말할 정도로 가난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그들은 무역 정상화를 손꼽아 기다렸고 북중 무역이 지난달 재개됐지만 여전히 생활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혜산세관 업무에 정통한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혜산세관의 간부들과 보위원들이 밤에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빚 독촉을 하던 돈주들이 세관 간부들과 보위원들의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로 북중 무역이 막히게 되자 살길이 막막해진 세관간부들과 보위원들이 돈주들로부터 고리대 돈을 빌려 생계를 유지했다”며 “적게는 중국 인민폐 3만 위안(미화 4,100달러), 많게는 15만 위안(미화 20,500 달러)까지 돈주들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워낙 잘 살던 사람들이여서 소비를 줄이지 못해 큰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들은 연간 100%의 이자가 붙는 고리대 돈을 빌려 썼기 때문에 해마다 빚이 배로 늘어난다”며 “중국과의 무역이 시작되면 뇌물을 받아 당장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난 5월부터 무역이 시작되었지만 뇌물을 받을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이 뇌물을 받지 못하는 건 몸에 부착된 극소형 카메라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중국과의 무역이 시작되자 국가보위성에서 세관 간부들과 보위원들의 몸에 극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상태에서 업무를 보도록 지시했다”며 “세관 담당 보위원들은 극소형 카메라에 영상이 잘 찍히도록 서로 경계근무를 서는 위치까지 지정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관 직원들과 보위원들의 몸에 이렇게 카메라까지 장착한 이유는 그동안 세관 무역 경로를 통해 중국 불법휴대전화와 유심카드가 밀반입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불법휴대전화를 통해 내부 비밀이 유출되는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한때 혜산세관에서 화물차운전기사였다는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5일 “2019년까지 세관 화물차운전수들은 중국 화물차운전수들로부터 몰래 텔레비죤(TV)까지 넘겨받아 들여(밀반입)왔다”며 “화물차운전수가 덩치 큰 텔레비죤을 들여올 정도면 세관 간부들과 담당 보위원들은 (밀수 규모가) 어느 정도였겠는지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중국과의 무역은 중국 측 차량이 화물을 싣고 우리(북한)측으로 오가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 측은 어쩌다 한번 중국 세관의 물류창고까지 가서 화물을 싣고 오는데 자동차 5대에 감시하는 보위원 4명이 따라붙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중친선교(세관 다리)의 우리측 구간에서 중국 세관 물류창고까지 거리는 400미터에 불과하다”며 “400미터가 우리측에서 중국 땅을 밟을 수 있는 최대 거리”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중국측 자동차들은 우리측에서 물류창고로 사용하는 혜산제지공장과 위연목재공장까지 운행하고 있다”며 “혜산제지공장 창고에 물건을 부리는(하역) 자동차들은 광물을 싣고 나가고, 위연목재공장 창고에 물건을 부리는 자동차들은 통나무를 싣고 나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2019년까지 무역 화물을 상하차(싣고 부리는)하는 우리측 노동자들은 중국 운전수들이 건네는 담배를 자연스럽게 피웠는데 지금은 그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며 “자칫 말 한마디라도 건넬 경우 즉시 보위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화물 상하차조에서 쫓겨난다”고 전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뇌물과 불법 화물로 살아가던 세관간부들과 보위원들은 어려운 생활형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달에는 생활난을 버티지 못한 세관의 화물 검사원 한명이 도당 간부부의 인맥을 동원해 양강도 무역관리국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무역관리국은 과거 세관보다는 못해도 직접 무역을 하는 단위여서 뇌물도 받을 수 있는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무역 화물을 감시하는 보위원들은 자신들의 몸에 소형 카메라가 장착되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다”며 “하루 종일 일하는 과정이 영상으로 모두 기록되고 있으니 괜히 문젯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 화물 상하차 노동자들을 향한 보위원들의 당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카메라의 메모리에 기록된 영상은 매일 도 보위국을 거쳐 국가보위성으로 보내진다”며 “이는 비단 혜산세관만이 아닌 다른 지역의 세관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