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북 염소 목장 관리인력 부족

서울-안창규 xallsl@rfa.org
2024.11.12
‘늘어난’ 북 염소 목장 관리인력 부족 북한 염소목장
/노동신문

앵커: 북한이 식량난 해결을 위한 방도의 하나로 각 시, 군에 염소목장을 꾸리고 있지만 염소목장 관리공으로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6월 개최된 노동당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 어린이용 유제품 생산을 대폭 늘릴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 각지에 염소목장이 꾸려졌거나 건설이 한창 추진 중입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올해 함경남도 여러 시, 군에 염소목장이 새로 건설되었다”며 하지만 “관리공(관리 인력)으로 일하겠다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매 도에 하나씩 있던 염소목장을 확장해 모든 시 군에 꾸리도록 했다”며 “염소목장은 먹이인 풀이 우선이라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원만 해도 시내에서 30리(12km) 정도 떨어진 산골에 염소목장이 있는데 아직 도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걸어서 읍까지 가려면 2시간 넘게 걸린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염소목장 관리공은 염소 우리 근처에 살면서 낮에는 물론 밤에도 염소를 돌봐야 한다”며 “이런 이유로 당국은 부부가 함께 목장에 진출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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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압록강 둑에서 한 북한 어린이가 목줄에 묶인 염소를 끌어당기고 있다. /Reuters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든지 목장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므로 그곳에 진득하게 눌러 앉아 일할 부부를 원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어 “하지만 나서는 부부가 없다”며 “보이는 건 산과 풀, 염소뿐이고 시내에 장보러 한번 나오기도 힘든 목장에 누가 가겠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추운 겨울이 당장이라 당황한 당국이 목장에 진출하는 부부에게 색텔레비죤(컬러TV)과 가구, 부엌 세간을 비롯한 가정 집물을 새것으로 갖추어주겠다, 자전거도 주겠다는 등의 혜택을 내놓고 있지만 나서는 부부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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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나선시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1일 “어느 지역이나 염소목장에서 일할 관리공을 얻는 게 큰 문제”라며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너무 극심해 깊은 산속에 가서 살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2년전 구룡평에 큰 젖소염소목장이 꾸려졌는데 당시 당국이 수십 명의 청년과 10여쌍의 부부를 관리공으로 배치했는데 그때 배치된 사람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부부가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염소목장은 대대로 일해야 하는 농장, 탄광 같은 곳이 아니라서 인사 담당 간부에게 뇌물을 주고 다른 직장으로 이동이 가능한 것으로 니다.

 

그는 “시내에서 살면 보는 것도 많고 장사도 할 수 있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도 쉽다”며 하지만 “염소목장이 선봉 시내에서 50리 떨어진 깊은 산속에 있어 생활하기가 정말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염소가 다 뜯어 먹어 뙈기 밭을 일궈 강냉이(옥수수)나 감자 같은 농사를 하기도 어렵다”며 “식량배급은 준다지만 1인당 하루 500그램도 안되는 강냉이를 먹고 산을 여러 번 오르내리며 염소를 방목해야 하는 일이 너무 고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당국은 관리공들에게 매일 같이 염소 마리 수를 늘리라고 독촉한다”며 “관리하는 염소가 한 마리라도 죽으면 큰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풀과 고기를 바꾼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각 도에 하나씩 염소목장을 건설하던 2000년 초만 해도 염소목장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염소목장 덕을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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