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대신 염소’ 북 유제품 생산 속도전 한계
2024.09.13
앵커: 최근 북한 조선중앙TV는 염소를 사육하는 현장을 소개하는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북한이 염소 사육 체계의 수준이 높아졌다며 유제품 생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으로 매년 1천 마리의 염소를 보내는 3년짜리 장기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북한은 젖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염소 사육에 힘쓰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2일, 염소 사육 현장을 소개하는 “전변된 송금축산농장을 찾아서”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염소를 직접 관리하는 담당 방목공들은 조선중앙TV에 전과 달리 염소 관리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자랑했습니다.
[조선중앙TV] 염소들의 먹이와 진드기가 붙어서 병에 걸릴 때 처음에는 우리도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 자체로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염소가 무슨 병에 걸릴지 모를 때에는 우리 농장 과학기술 보급실에다 문의하곤 합니다.
그동안 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염소 사육에 대해 북한이 지속적인 관리와 기술을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해 왔는데, 북한은 염소 사육의 성과가 좋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선중앙TV] 우리 농장에서 생산한 배합먹이를 염소와 젖소에 먹인 결과 젖생산은 120% 늘릴 수 있었으며 폐사량을 훨씬 줄일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는 5톤의 염소 젖소를 더 증산했는데 더 많은 염소 젖을 생산하기 위해 염소 사양관리에 품을 들입니다.
농축산 전문가인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러시아에서 온 염소들은 원래 살던 곳과 기후가 비슷해서 적응을 잘 하고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북한의 염소 사육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이 그렇게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염소 사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사료 공급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현 소장] 근데 제일 잘 못하는 게 사료 문제예요. 그래서 방목이나 자연 초지에 가서 염소가 풀만 뜯어먹고 염소를 사용하는 것은 지금 현대적인 기술에는 어울리지 않고요. TMR이라고 해서 완전혼합사료를 만들어서 먹여야 얘네가 이제 1년에 그래도 한 40kg 내지 50kg 정도 크는 게(정상이에요). 한국이나 국제사회에서 염소 키우는 거 8개월이나 9개월 동안에 그래도 한 40~50kg가 크거든요. 그런데 이제 북한 같은 경우에는 8개월이나 9개월 동안에 30kg 되기가 힘들어요. 그러니까 염소를 사육하기는 하는데 제대로 된 국제사회의 기준이나 보통 선진국들에서 키우는 염소의 사육 수준에는 따라가지 못해요.
조 소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젖제품 생산에 젖소가 아닌 염소를 내세우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조현 소장] 한국 같은 경우에는 품종 좋고 기술이 좋아서 1년에 젖소 한마리당 1톤씩 생산하는데 우유를. 그런데 이제 북한은 1년에 300kg도 생산 못 해요. 그런 측면이 있어서 젖소는 엄두도 못 내요. 하고 싶은데 돈도 없고 기술도 부족하니까 어차피 할 수 없어서 뭐 염소에 매달린다 그렇게 보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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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농업과 축산을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고리형순환생산체계를 축산 정책으로 만들었는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성공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조 소장은 내다봤습니다.
[조현 소장] 사실 염소 가지고 우유 그러니까 염소 젖 가지고 아이돌 풍족하게 먹일 수 있다든지 염소 사육에서 고기 생산할 수 있다는 그 전망은 아예 없고요. 염소를 사육하면서 조금 사육 두수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그것 가지고 북한에서 주민들의 영양상태 개선이나 이제 양질의 축산물 공급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절대로 불가능하고요. 진짜 우유 생산을 하려면 젖소가 들어와야 되고 곡물 사료를 수입해다가 돼지나 닭을 키우는 게 낫거든요.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남포시에도 염소목장을 새로 건설했다고 밝히며 우량품종의 염소 마릿수를 늘려 젖제품생산을 늘리기 위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