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식량 이어 땔감 가격도 폭등
2024.12.10
앵커: 식량부터 땔감까지 안 오른 게 없다는 북한, 지금 주민들은 땔감마저 없어 가장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물가가 계속 치솟을 전망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12월 초에 접어들며 급격히 치솟기 시작한 북한의 환율이 최근 4만원 선을 넘었습니다. 미화 1달러에 북한 돈 41,000원, 중국 인민폐 1위안에 북한 돈 5,600원인데 이는 올해 1월 초 미화 1달러 대 북한 돈 8,400원이던데 비하면 5배 가까이 폭등한 겁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2009년 화폐교환 시기에도 환율이 이렇게까지 치솟지는 않았다”며 “올해 초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을 (최소) 열 배 넘게 올린 후과가 이제야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2월 1일부터 8일까지 열흘도 못되는 사이에 1달러 대 28,000원이던 환율이 1달러 대 41,000원으로 올랐다”며 “그 사이 입쌀은 12,000원까지 올랐고 석탄 1톤의 가격은 35.6달러에서 44달러로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가을걷이가 한창이던 지난 9월까지 kg당 북한 돈 1,200원이던 감자 가격은 현재 4,000원까지 올랐다”면서 “근로자들의 한 달 월급 30,000원을 가지고 쌀 2.5kg, 감자 7.5kg밖에 살 수 없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당장 오른 식량 가격도 감당이 어렵지만 땔감 가격은 밥술을 뜬다는 사람들도 혀를 내두른다”며 “석탄 1톤에 중국 인민폐 320위안(44달러), 화목 1입방에 중국 인민폐 200위안(27.6달러)인데 우리(북한) 돈으로 땔감 가격을 물으면 장사꾼들이 대답도 안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달러나 중국 인민폐로 따질 때 식량이나 땔감 가격이 지난해보다 많이 오른 것은 아니”라면서 “다만 지난해 12월까지 1달러 대 8,400원이던 환율이 지금은 1달러 대 41,000원으로 올라 우리(북한) 돈의 가치가 그만큼 낮아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가난한 사람들은 강냉이 짚이나 콩깍지, 톱밥을 분쇄해 진흙에 섞은 다음 구멍탄처럼 찍어 낸 ‘인조 석탄’을 땔감으로 이용하는데 이런 ‘인조탄’은 밥을 겨우 해먹을 정도이고, 난방은 어림도 없다”며 “장마당에서 ‘인조탄’ 한 장에 우리 돈 5,000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근로자들의 한 달 월급으로 ‘인조탄’ 6장 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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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양강도의 한 대학생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장마당에서 50cm의 끈으로 묶은 길이 50cm의 화목이 우리(북한) 돈 7,000원이고 구멍탄 한 장에 12,000원으로 입쌀 값과 같다”며 “지금은 식량보다 땔감을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는 낮 기온이 영하 7도, 밤 기온은 영하 17도까지 내려간다”며 “당장 시급한 땔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올 겨울 숱한 사람들이 얼어 죽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땔감 문제의 심각성을 보고 받은 양강도당 책임비서가 도 인민위원회에 시급한 대책을 요구했다”며 “도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나서 12월 1일부터 영예군인(상의군인) 가정과 인민군 노병 가정들을 상대로 갈탄 50kg씩 공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갈탄 50kg은 겨울철 일반 가정에서 열흘도 못 쓰는 양”이라며 “영예군인과 노병이 아닌 가정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고 환자가 있어도 갈탄을 공급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식량과 땔감 가격이 이처럼 오르는 이유는 “올해 초 있었던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 인상조치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초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을 기존의 2,500원에서 30,000원으로 올릴 때 주민들은 급격한 물가 인상을 우려했다”며 “그동안 국가에서 양곡판매소를 운영하며 식량 가격을 억제해 물가 인상을 막아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9월부터 국가적으로 식량을 대지 못해 양곡판매소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적으로 식량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할 경우 앞으로 입쌀 가격이 kg당 (북한 돈) 50,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장사꾼들은 전망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이 2,500원일 때에 입쌀 가격이 5,000원이었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이 30,000원까지 오른 지금 입쌀 가격이 50,0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며 “일각에서는 곧 화폐교환(개혁)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아 새해를 앞둔 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매우 뒤숭숭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