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로 감시장비 유실된 보위성, 주민신고에 거액 포상
2024.08.30
앵커: 이번 압록강 수해로 국가보위성이 국경 연선에 설치한 감시장비들이 유실되거나 훼손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감시의 공백을 우려한 보위성은 큰 보상금을 걸고 주민들에게 신고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경제난 속 보상금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국가보위성이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들, 라디오와 불법 손전화 사용자들을 적극 신고할 것을 주민들에게 독려하고 있습니다. 큰물 피해와 잦은 고장으로 국경 연선의 감시장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주민 신고 체계에 매달리는 것이라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6일 “주민신고 체계를 강화할 데 대한 인민반장 회의가 지난 5일, 혜산시 인민위원회 회의실에서 있었다”며 “국가보위성에서 조직한 이번 회의에서는 신고자들의 공로를 인정해주고 특별 대우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주민 신고의 중요성이 강조됐습니다.
보위성은 “주민 신고는 우리의 부모 형제들이 목숨으로 지키고 피땀으로 빛내는 내 조국과 사회주의 제도, 내 가족들을 지키는 숭고한 애국”이라며 “(신고를 고민하는)한치의 망설임이 조국과 인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길임을 명심하고 모두가 주민 신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참석자들을 독려했습니다.
또 “지난 기간 신고자들을 위한 우대 정책이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신고자들이 받게 될 대우와 상금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라디오를 청취하거나 불법 손전화로 외부 세력과 내통하는 자들을 신고했을 경우 상금 30만 원(18.75달러), 탈북 시도를 신고할 경우 상금 60만 원(37.5달러) 또 국가반란 세력(정변 시도, 김정은 암살, 폭동준비자 등)을 신고할 경우에는 평양시를 비롯해 본인이 희망하는 곳에서 살도록 국가에서 집을 주고, 특별히 배려해 준다는 것”이 소식통이 전한 회의의 주요 내용입니다.
상금 30만 원이면 지금 북한 시세로 쌀 40킬로가 넘는 큰 돈입니다. 특히 이전에도 불법 월경자(탈북 시도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기도 했지만 지금의 절반이 안 되는 액수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형 라디오를 조립하거나 불법 손전화를 갖고 있던 주민이 엄벌을 받은 사건도 잇따랐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지난 7일, 혜산고등기계전문학교 운동장에서 주민총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는 소형 라디오를 조립해 방송을 들은 이 학교의 1학년 학생에게 징역 5년 형이 선고되고, 그에게 라디오 설계와 조립 방법을 가르쳐준 학생에게 노동교양대(노동단련대) 6개월 처벌이 선고됐다”고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북한은 2006년부터 개인의 라디오 소지를 간첩죄로 처벌해 왔습니다. 그러나 불법 손전화에 관한 처벌은 더 무거웠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11일, 송봉고급중학교 운동장에서 주민총회를 열고 불법 중국 손전화를 갖고 있던 혜산카리비료공장 노동자가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처벌받은 노동자는 손전화를 갖고만 있었을 뿐, 실제 유심칩이 없어 외부 세력과 내통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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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8일 “보위부가 주민 신고에 큰 상금을 건 것은 이번 수해로 감시장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가보위성 15국(전파감시국)은 혜산시 마산동과 신흥동, 탑성동과 연두동, 연풍동에 통신감시 장비들을 설치하고 주야로 불법 손전화 전파를 감시해 왔지만 잦은 정전 등으로 고장이 잦은 데다 장비도 낡은 상태였는데 그나마 이번 수해에 일부는 파손되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번 수해로 파손된 전기와 통신시설들을 제때 복구하지 못해 한동안 감시장비가 가동하지 못했다”면서 “이 기간 동안 불법 손전화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보위부 간부들의 얘기”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고정 감시 장비 말고도 이동식 감시 장비를 활용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동식 감시 장비는 정밀도가 높지 않아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 불법 휴대전화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고 휴대전화 전파가 터지는 상황만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해로 영향을 받은 건 통신 감시장비 뿐이 아니었습니다.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압록강 변에 설치됐던 국경경비대의 영상 감시장비(CCTV)들도 거의 물에 휩쓸려 갔다”고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이 같은 감시장비 훼손, 유실로 주민 단속에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한 국가 보위성이 주민신고체계에 매달리는 것인데 소식통은 “앞으로 이 체계가 의외로 많은 성과를 올릴 것”을 우려했습니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이제는 돈이라면 가까운 친구나 부모 형제도 가리지 않고 사기를 치고, 범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며 “국가나 체제를 위한 애국심이 아닌 높아진 보상금을 노린 주민 신고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