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양강도 농장 추수 기습 검열 시작
2024.10.03
앵커: 북한 내각 농업위원회가 양강도 농장들에 추수검열대를 파견해 농장 간부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의 내각 농업위원회가 가을걷이도 채 끝나지 않은 양강도에 강력한 추수검열대를 파견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이번 파견은 양강도에만 이뤄진 것으로 이 지역의 대표적인 주산물인 감자가 집중 검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는 평균 해발 고도가 1천3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이자 냉대기후지역으로, 북한 감자지배 면적의 57%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양강도의 한 농업부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내각 농업위원회에서 파견한 추수 검열대 20명이 지난 26일, 혜산시에 도착했다”며 “이들은 도 농촌경리위원회에서 간단한 실태 요해를 마친 뒤 28일부터 4개 조로 나누어 양강도의 농장들을 검열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파견된 추수검열대는 감자 파기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농작물의 수확 과정과 이미 거두어들인 농작물의 보관관리 실태를 검열하게 된다”며 “특히 감자 파기를 대충 진행해 땅에 묻어버린 감자가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열하게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내각 농업위원회가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불의에 급습하는 식으로 양강도에 검열대를 파견했다”며 “양강도당과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는 검열성원들이 도착해 명함장을 내밀기 전까지 내각 농업위원회에서 검열대를 파견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가을걷이 날짜만 독촉하면서 가을걷이의 질에는 무관심하던 간부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만약 검열성원들에 의해 가을걷이가 제대로 안된 것으로 결론이 나면 농장들은 검열을 통과할 때까지 두벌 가을걷이를 진행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내각 농업위원회가 정한 올해 양강도의 가을걷이(감자를 포함한 모든 농작물) 마감 날짜는 9월 30일”이라며 “가을걷이 마감 날짜를 맞추기 위해 농장들은 농민과 지원자들을 무리하게 혹사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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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농업부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일 “내각 농업위원회에서 파견한 추수검열대가 도 농촌경리위원회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치고 지난달 28일, 대홍단군과 백암군, 김형직군과 풍서군에 각각 5명씩으로 구성된 검열조를 파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앞으로 대홍단군에 파견된 검열조는 대홍단군과 삼지연시, 보천군을, 백암군에 파견된 검열조는 백암군과 운흥군, 혜산시를, 김형직군에 파견된 검열조는 김형직군과 김정숙군, 삼수군을, 풍서군에 파견된 검열조는 풍서군과 김형권군, 갑산군을 검열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열 기간은 9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로 매우 짧지만 검열성원들은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농장의 감자 밭들을 구석구석 파보게 된다”며 “겉으로는 추수 검열이라고 하지만 이번 검열의 실제 목적은 감자 파기 실태 조사”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감자 수확 검열 기준은 이미 1980년대에 만들어졌다”며 “감자는 수확이 끝난 밭에서 임의로 50미터의 고랑를 다시 파보는 형식으로 검열하게 되는데 50미터에서 감자 1.5kg, 100미터에서 감자 3kg이 나오면 원칙적으로 재 추수를 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농민들은 개인 뙈기 밭 가을걷이가 더 급해 농장의 가을걷이는 대충 넘기고 있다”며 “지원자들 역시 가을걷이를 해 봤자 아무 것도 차례 질 것이 없기 때문에 ‘눈을 감고 감자를 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무책임하게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검열에 급해 맞은(애가 타는) 건 농장의 간부들 뿐”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가을 대홍단군과 삼지연군에서 감자 파기를 대충한 책임을 지고 많은 농장 간부들이 해임 철직, (노동당에서) 출당, 또 징역형까지 선고받았다”면서 “그런 일이 당장 자신들 앞에 닥칠 수도 있어 농장의 간부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혜산시 화전농장만 보더라도 검열대의 도착 소식을 접한 27일부터 가을걷이를 전면 중단한 채 초급중학교(중등) 학생들까지 동원해 감자 재 추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가을걷이가 늦춰지더라도 검열을 무사히 넘겨야 한다는 것이 농장 간부들의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양강도는 지난해 10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미 가을걷이가 끝난 삼지연시 포태종합농장과 대홍단군 종합농장에서 두벌 가을걷이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양강도의 대학생들까지 동원돼 10월 5일부터 15일까지 열흘 동안 진행된 두벌 가을걷이 결과 포태종합농장과 대홍단군 종합농장들에서는 정보(0.991ha)당 평균 12톤의 감자를 더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이 문제의 책임을 물어 양강도 삼지연시와 대홍단군 농업경영위원회 간부들, 포태종합농장과 대홍단군 종합농장의 간부들을 무더기로 해임, 철직했습니다. 해임된 간부들 중 일부는 3년에서 10년까지의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