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방공업공장 원료확보로 주민식량 비상
2024.09.13
앵커: 북한 당국이 올해 초 추진한 ‘지방발전 20x10 정책’. 북한은 이 정책에 따라 건설되는 지방공업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원료 확보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공장의 원료가 대부분 먹을거리라 주민들은 식량난 악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잇달아 지방공업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올해 ‘지방 발전 20x10 정책’으로 건설되는 시설의 공정률이 80%가 넘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공장 가동을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운영위원회가 조직되고 공장 가동을 위한 원료 확보에 나섰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9월 초 내각 산하에 ‘지방공업공장 운영위원회’가 새로 조직되었다”며 “운영위원회는 첫 사업으로 각 도당과 도 인민위원회들에 지방공업공장 가동을 위한 원료 확보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방공업공장 운영위원회는 지난 9월 초, 함주군 지방공업공장 건설 현장을 찾은 김정은의 지시에 의해 조직되었다”며 “운영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완공될 20개의 지방공업공장들과 앞으로 계속 건설될 공장들의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당국은 올해 3월,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공장의 가동을 보장하기 위한 원료기지 조성을 지시했습니다. 또 올해 7월에는 각 도당위원회들로부터 지방공업공장 운영계획서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내각 산하에 ‘지방공업공장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공장 가동을 위한 원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건설되는 공장의 대부분이 간장, 된장 등 기초식품 생산 시설과 돼지고기 등의 육가공 공장이라 공장에서 요구하는 원료도 대부분 식량이라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지방공업공장 운영위원회에 올릴 김형직군의 원료 확보 계획서를 훑어보았는데 계획서대로 원료를 확보해 생산하게 되면 인민 생활이 급격히 향상될 수 있다”며 “다만 계획서대로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장 가동을 위한 원료로 김형직군이 확보해야 할 양은 강냉이 1,110톤, 메주콩 1,270톤, 감자 전분 1,000톤”이라며 “원료에는 식료품 생산만이 아닌 육가공과 젖(우유) 가공에 필요한 염소와 돼지 각각 500마리를 키우는 데 필요한 사료까지 포함된다”고 전했습니다.
김형직군에 건설되는 공장은 식료공장(간장, 된장, 식용유)과 물엿공장(감자전분으로 당과류 생산), 청량음료공장(술, 특산물 각종 음료 생산), 그 외 육류공장(돼지고기)과 젖가공공장(염소젖 제품생산), 초물공장(마른 풀로 모자, 방석 등을 만드는 공장) 등입니다.
이를 위해 “김형직군은 강냉이와 메주콩, 감자전분을 원료로 공장을 가동하고 기름(식용유)을 짜고 난 메주콩 찌꺼기와 도정하고 남은 쌀겨를 돼지와 염소의 사료로 이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또 “지방공업공장들에 필요한 원료는 지방 자체로 해결한다는 것이 원칙이며 중앙에서 보장해 주는 것은 당과류 생산을 위한 사탕가루(설탕)가 전부”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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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1일 “김형직군 지방공업공장은 올해 12월에 완공돼 내년 1월부터 가동하게 된다”며 “김형직군은 현재 공장을 정상 가동하기 위해 원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원료가 모두 식량이기 때문에 가을에 최대한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김형직군이 올해 봄, 공장가동을 위해 확보한 원료 기지는 김형직 군 안의 16개 농장에 각각 10정보(9.91ha)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봄까지는 지방공업공장에서 무엇을, 얼마나 생산한다는 내용이 없어 원료 기지가 턱없이 적게 마련됐다”며 “공장을 정상 가동하기 위해서는 농장마다 40정보(39.66ha)씩, 총 640정보(634.7ha)의 밭이 원료 기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식통은 “640정보의 밭이면 일반적인 농장 2개의 농경지 전체 면적과 맞먹는다”며 “주민들은 원료 기지 조성으로 식량난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김형직군은 “올가을, 매 농장들에 강냉이와 메주콩, 감자전분 각각 75톤씩을 공장 원료로 저장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은 “농장마다 지방공업공장 원료를 저장하고 나면 군량미로 바칠 양곡도 모자라 결국 농민들에게 현물(식량) 분배를 줄 식량을 군량미로 돌리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농민들은 한 해 동안 뼈 빠지게 일하고도 분배를 못 받거나 터무니없이 적게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지방공업공장 가동을 위해 내년에 원료 기지를 더 크게 확장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끼니를 때우기도 어려운데 간장, 된장, 당과류를 생산한다며 농장 밭을 빼앗아 원료 기지를 조성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현지 주민들의 불만을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주민들에게 눅은(싼) 값에 공급한다고 밝혔으나 아직 가격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지방공업공장은 공업품생산 공장만이 아닌 지방당국이 운영하는 모든 공장을 의미하며 국가가 직접 관리 운영하는 중앙공업공장과 구분을 하기 위한 표현입니다.
북한이 올해부터 추진하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해마다 20개의 시, 군에 지방공업공장을 지어 앞으로 10년 안에 전국의 200개 시, 군에 지방공업공장을 완성한다는 정책입니다. 북한은 9개의 도에 200개의 시, 군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